박종훈 교육감, 취임 10주년 기자 간담회
박 교육감은 이날 "기술 혁신과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빈부 격차가 더 커지는 사회, 성적으로 자신을 입증해야 하는 입시의 일상화, 공감과 연대가 사라지고 단절된 개별화가 불안을 낳으며 이것이 저출생과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내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 새로운 2028학년도 대입 제도 도입을 거론하며 "수능이 강화되고 학생부종합전형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대입 제도 개편안은 고교학점제를 중심으로 하는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현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특히 경남도내 일부 지역에 국제학교 설립 움직임과 관련해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박 교육감은 "경쟁 교육은 사교육을 부르고 서열화는 수도권 인구 집중을 부른다"라며 경쟁 교육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 교육예산 삭감에 대한 심각성을 우려하며 "교육예산은 사회적 비용이 아닌 사회적 투자다. 지속 가능한 사회는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높은 관심 속에 만들어진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지점에 와 있다"며 지난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면한 문제를 짚어보고 세 가지 대안을 제안했다.
저출생과 지역 소멸 문제를 '경남형 사회적 돌봄'으로 해소한다. 지역 소멸은 현재 사회적으로도 주목받는 문제다. 특히 의령 지역은 경남에서 학생 수가 가장 적은 곳이며 지역 소멸 고위험 지역이다.
저출생 문제의 경우 사회 각계가 노력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교육부가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늘봄학교'를 급하게 추진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경남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설립·운영하는 거점통합돌봄센터 '늘봄'은 사전에 이런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학교 업무와는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기획했으며 학부모의 만족도가 100%에 이를 정도로 높다.
경남교육청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사회적 돌봄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공모를 거쳐 도내 2~3개 지역에서 내년 3월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박 교육감은 "돌봄은 교육계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고민하고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늘봄학교의 전국 모든 초등학교 9월 확대 시행을 앞두고 '늘봄지원실장'에 임기제 교육연구사로 배치하려는 교육부 계획에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박 교육감은 "돌봄이 제대로 추진돼야 한다는데에는 교육부와 생각이 같다. 교원은 돌봄에서 제외한다는게 원칙이다. 경남교육청을 포함한 각 도교육청 현실 여건에 맞는 범위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재량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이 행복한 교육을 위해 '문화예술교육 확산'을 강조했다.
학교폭력조사관 제도가 도입됐으나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학생 자살과 같은 교육의 그림자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학생의 문화·예술 감수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교육청은 현재 경남의 760여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는 학교 예술 강사 지원 사업에 올해 예산 20억원을 투입해 6만 시간의 예술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예산을 1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수업 시수를 대폭 늘릴 예정이다.
박 교육감은 "교사의 수업 부담을 줄이면서 학생에게는 깊이 있는 예술교육을 지원하고 예술 강사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기회의 장을 넓혀가겠다"며 경남문화예술교육의 르네상스를 열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육활동을 철저하게 보호한다. 학교는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삶의 배움터로 가르침과 배움은 함께 보호받아야 하는 중요한 권리다.
경남교육청은 올해 3월 교육감 직속으로 '교육활동보호담당관'을 신설하고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했다.
경남교육청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대상을 교육행정 직원과 교육전문직원, 교육공무직원, 강사까지 확대하고 피해 교원을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교원치유지원센터(거제,남해 예정)를 건립할 계획이다.
박 교육감은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것은 교육의 질을 판단하는 척도"라며 교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력 회복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경남교육은 공교육의 높은 책무성 속에서 역동적인 배움과 민주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교육 혁신에 힘을 쏟아 왔다"며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담기 위한 미래교육의 주춧돌을 놓았고 학교는 마을로, 마을은 학교로 이어지는 더 큰 배움의 광장을 이루어 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교육감으로 남은 시간도 오늘의 행복을 누리는 경남교육, 내일의 변화를 주도하는 경남교육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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