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베이 랑팡시에 홍루몽 전용 대형 공연단지까지 조성
중국인의 삶과 철학 담긴 홍루몽에 대한 인기 반영
여기에는 우리에게도 낯익은 이름인 중국의 고전소설 '홍루몽'이 들어있다. '오직 홍루몽만 있는 연극공간'이라는 뜻이다.
지난 21일 오후 둘러본 이곳에는 이름 그대로 온통 홍루몽만 있었다. 15만여㎡의 넓은 공간을 백색으로 꾸며낸 단지 안에 들어서니 마치 꿈속 어딘가를 헤매는 듯한 느낌이 든다.
흰 벽으로 나뉜 16개의 문 어디로든 들어서면 마치 미로처럼 각각의 콘셉트를 연출한 공간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우선 녹색과 분홍색 나무, 파란 고택과 거울이 있는 벽 등 다양하게 구성된 공간들을 훑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중에 떠있는 듯한 누각을 올려다보노라면 꿈인가 현실인가 싶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여러 공간에서 각기 공연이 진행되는 만큼 방문객들은 시작 시간에 맞춰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관람할 수가 있다.
홍루몽의 저자 차오쉐친(조설근)의 내러티브와 함께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홍루몽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대극장의 공연을 비롯해 움직이는 무대와 시각효과를 결합한 배경에서 출연자들이 공중을 오르내리는 무용극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홍루몽을 매개로 한 여러 시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연극들도 진행된다.
사실 한국인들에게 홍루몽은 중국의 4대 고전으로 거론되는 '삼국지연의'·'수호전'·'서유기'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용이 덜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영웅호걸들과 함께 권력투쟁과 계략, 판타지 등이 등장하는 다른 소설들에 비해 수백명의 현실적인 등장인물과 이들의 관계로 이어지는 방대한 이야기 탓에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진다는 인식이 많다.
그럼에도 중국에서는 홍루몽을 연구하는 학문분야인 '홍학(紅學)'까지 있을 만큼 굉장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중국인들의 삶과 철학을 충실히 담아낸 탓에 전용 공연단지까지 만들 정도로 중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강 전국화교대회 대표 겸 랑팡시 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은 "홍루몽의 인기는 역사의 진실한 묘사 때문"이라며 "가족과 인생에 대한 초상화이자 번영에서 몰락에 이르기까지 인생에 대한 비유를 담고 있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전상덕 주중한국대사관 홍보관은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는 그만큼 '관시'(관계)가 중요한데 일과 가족, 남녀 간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 홍루몽에는 섬세하고 드라마틱하게 들어가 있다"며 "그런 내용들이 중국인들에게 많이 와 닿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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