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미국 코네티컷주 체셔 소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에서 만난 네이트 미나미(Nate Minami) 사업장장(현지 사업장 최고 책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의외로 전 세계 항공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 출범 5년…"기술력 인정"
1946년 출범한 항공 엔진 부품 업체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19년 9월 인수하면서 올해로 사업 5년째를 맞는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미국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을 초청해 엔진 사업 미래를 소개하는 '퓨처 엔진 데이'를 개최했다.
네이트 사업장장은 이 자리에서 "21세기 세계를 움직이는 힘은 바로 상업 항공 산업"이라며 "상업 항공산업 덕분에 사회적 유대와 비즈니스를 연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항공 산업에서 엔진이야말로 심장 역할을 한다.
엔진은 특히 초고도의 기술 집약형 제조업이다. 미국 동북부 코네티컷주는 이 같은 엔진 제조 기술을 보유한 프랫앤휘트니(P&W)를 중심으로 100년 넘는 역사를 갖는 '항공엘리'를 품고 있다.
항공앨리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처럼 코네티컷주 91번 국도를 따라 길쭉하게 항공 관련 기업들이 펼쳐져 불려진 이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곳에서 엔진 제조 기업의 바로 아래 단계인 모듈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 모듈 파트너는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다양한 부품의 공동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항공앨리 내 최상위 엔진 제작사는 롤스로이스와 제너럴 일렉트릭(GE), P&W 등 단 3개사 뿐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항공 우주 기업인 독일 모터 앤 터빈 유니온(MTU), 영국 킨&네틀포드(GKN) 등이 이들 빅3 사와 협력할 수 있는 대표적인 모듈 파트너 기업으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이들과 대등하게 2015년 P&W와 국제공동개발(RSP) 계약을 맺으며, 한국 유일의 글로벌 톱티어 항공 엔진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 고객들이 밀집한 코네티컷주 항공앨리 내에 생산 시설을 직접 가동하고 있다. 원가 경쟁력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 공장을 통해선 저렴한 노동력을 적극 활용 중이다. 한국 창원에도 45년 기술력을 내재화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런 생산기지 삼각축을 바탕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은 2032년 매출 2조9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미 미국 법인은 지난해에 사상 최대인 2521억원 매출을 올리며, 5년전 대비 20% 넘는 성장률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은 2032년에는 최초 연 매출 대비 13배 더 성장한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은 체셔, 뉴잉턴, 글래스톤베리, 이스트윈저에 있는 4곳의 사업장에서 각각 항공기 회전체, 고정체, 레이저 가공, 공구 제조 사업 등을 맡고 있다.
제트 엔진은 날개를 거쳐 들어온 공기를 압축하고, 압축된 공기에 연료를 분사해 점화시킨다. 고열의 공기가 팽창되면서 엔진 뒤로 분사해 강력한 출력을 얻는다.
이런 엔진에는 약 6000종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은 이 중 가장 핵심 부품 100종만 생산한다. 원래 이보다 더 많은 부품 생산이 가능하지만, 수익성을 고려해 강점이 있는 영역만 집중하고 있다.
원형 디스크에 수십개 날개를 사선형으로 붙인 일체형 블레이드 로터(IBR) 같은 회전체는 2310평 규모인 뉴잉턴 공장에서 150명 직원들이 생산해 P&W에 납품하고 있다.
항공기에서 압축된 공기가 분사되는 공간은 엔진 케이스가 덮고 있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체셔(약 8000평·280명 근무) 공장에선 이 고정체와 엔진 제조사가 사용하는 치공구(Tool)를 중점 생산한다. 이스트윈저(약 2300평·50명 근무) 공장은 레이저 가공 같은 업무를 주로 맡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전투기와 민항기, 선박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항공엔진 업종은 '미래형 먹거리'의 중요한 축이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5년간 1만대가 넘는 엔진 생산 능력과 글로벌에서 인정한 부품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독자 엔진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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