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에 XR 사업화 연기…시장전망 고려
주요 계열사, '전장' 중심 사업 재편
"사업 추진 여부 판단 빨라질 것"
◆시장 전망 고려…XR은 속도조절
23일 업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초 2주 동안 상반기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들의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이 회의에는 각 계열사의 최고경영진(CEO)들이 총 출동했다.
LG는 이 회의를 통해 올 하반기 전략 재정비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중점 논의했다. 특히 수익성과 시장 전망이 좋지 않은 사업들은 규모를 줄이고, 성장세인 사업들에 집중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이미 LG는 빠른 판단으로 사업 구조 효율화에 착수했다.
이달 초 LG전자는 메타와 협업하기로 한 XR 사업화 계획을 미루고, 사업 인력들을 다른 부서로 배치하기로 했다. 조주완 LG전자 CEO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만나 XR 기기 협업 방안을 모색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사업화를 늦춘 것이다. 다만 XR 관련 연구개발(R&D)은 계속한다.
글로벌 XR 헤드셋 시장의 지난해 연간 출하량은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LG전자는 사업의 우선순위를 두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계열사들, '전장 집중화' 눈길
LG는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전장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
LG전자는 이미 현대차그룹에 전기차 모터,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웹 운영체제(OS) 등 부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와 내년에 사상 최대 실적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KB증권은 2분기 LG전자의 전장부품 영업이익을 전 분기 대비 98% 증가한 1058억원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358억 달러에서 오는 2032년 2498억 달러로 성장할 예정이다.
LG이노텍도 전장 사업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5년 안에 이 사업으로 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특히 차량 조명 모듈 '넥슬라이드'를 앞세우고 있다. 이 제품의 매출은 올해 2500억원이며, 향후 1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LG의 전장 집중화는 디스플레이도 예외가 아니다. LG디스플레이는 완성차 업체에 올레드(OLED) 공급을 늘리고 있다.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신형 'GV80'에는 27인치 와이드 올레드를 공급했다.
현재 전장 패널을 생산하는 구미 사업장 외에도 파주 사업장에서도 차량용 디스플레이 양산 계획을 추진한다.
LG는 AI 인재 확보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주요 계열사 CEO들이 직접 글로벌 AI 인재 확보에 나서며 사업 확장을 노린다. 조주완 사장은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AI 전문가들과 미국 대학 AI 석·박사들 초청한 채용 행사를 지휘했다.
권봉석 LG 부회장도 'LG 테크 콘퍼런스'에서 국내 R&D 인재 300여명을 만나 AI 논의를 벌였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 CEO들의 AI 인재 확보 움직임이 더 빨라질 것으로 관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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