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청담삼익 현장에 '공사중지 예고' 현수막
"일반분양 밀려 금융비용 발생…공사비 검증 예정"
올해 부동산원 접수된 공사비 검증 신청 12건 달해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올해 정비사업 현장 곳곳에서 공사비 갈등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올해 초 공사가 중단됐다가 최근 재개된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에 이어 서울 강남구 '청담삼익'을 재건축 하는 '청담르엘' 현장도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17일부터 청담삼익 재건축(청담르엘) 공사중단을 예고하는 현수막을 공사현장 출입구에 게시했다.
롯데건설이 게시한 현수막에는 '2021년 12월 착공 후 약 4855억원(직접공사비 2475억원, 대여금 1080억원, 사업비 1300억원)을 투입하고 있으나, 조합이 도급 계약상 의무(일반분양, 조합요청 마감재 변경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 도급공사비 정산 등)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재 공사수급이 5% 밖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조합이 일반분양 일정을 잡지 않아 시공사 측에 금융비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달 말부터 세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답이 없어 9월1일부터는 공사를 중단할 수 있다고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담삼익 조합과 롯데건설은 당초 지난 2017년 8월 공사비 3726억원에 최초 공사도급 본계약을 맺었다. 이후 양측은 지난해 5월 이로부터 58% 인상된 5909억원으로 공사비를 증액하는 데 합의했고, 시공사가 조합 대신 먼저 납부하기로 한 오염토 및 폐기물 처리비용 404억원까지 포함하면 총 사업비는 6313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공사비 급등으로 조합 내 내분이 일어나자 전 조합장은 지난해 7월 자진사퇴했고, 같은해 10월 공사비 감액을 공약으로 내세워 새로 선출된 조합 집행부가 올해 2월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맡기겠다고 나서면서 일반분양은 계속 미뤄져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건설 측은 "지난해 5월 증액된 공사비가 관리처분을 통과한 뒤, 조합에서 추가 마감재 및 설계 변경 요청을 했으나 이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 등에 대해서는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며 "시공사는 조합 측의 공사비 검증 요구도 받아들인 상태지만 조합은 아직 부동산원에 신청도 하지 않은 채 일반분양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부동산원 관계자는 "아직 청담 삼익 재건축 현장에 대한 공사비 검증 신청은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현장이 내년 8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사비 검증을 거쳐 일반분양까지 마치려면 시간이 매우 촉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약 양측의 협의가 불발돼 오는 9월 결국 청담르엘 현장이 멈추게 되면, 이는 은평구 대조1구역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공사 중단 사업장이 될 예정이다. 앞서 대조1구역은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조합 간 공사비 갈등으로 올해 1월 공사가 중단됐다가 지난 12일 새로운 조합 구성과 함께 재착공에 나선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전국에는 공사비 등의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이 격해지고 있는 현장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11일 기준)까지 접수된 공사비 검증 신청은 총 12건으로 집계됐다. 공사비 검증 신청은 지난 2019년 단 3건에 그쳤지만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공사비 검증은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청할 때 시행사나 정비사업 조합이 부동산원에 검증을 의뢰하는 형태로 이뤄지며, 이는 향후 시공사와의 계약 추가 체결 때 지침 역할을 한다. 하지만 검증 결과가 의무 이행사항은 아니기에 일각에서는 검증 효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금리 인상과 인건비, 건축자재비 등 물가 상승으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한 것은 맞지만, 조합원이 소유한 토지 위에 건설하는 정비사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인상 요구가 과도하다는 (조합 측의) 비판도 일리가 있다"며 "다만 이러한 갈등이 지속되면 결국 새 아파트 공급 물량 감소로 이어지기에, 정부가 물가 안정에 온 힘을 집중하고 공사비 인상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 합리적인 수준의 인상을 중재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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