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000만원 이상' 벤츠 판매 42% '급감'
제네시스 최고급 모델 G90도 판매 부진
"고급차 수요 감소, 불황 심화의 상징"
[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이제부터 '진짜' 불황이 시작될까요?"
자동차 업계가 본격적인 판매 불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경기와 상관 없이 꾸준한 수요를 보이는 '고급차' 수요가 지난해 대비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통상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불황이 시작되면 가장 대중적인 차급인 중형차 수요가 먼저 영향을 받는다. 이후 순차적으로 럭셔리 브랜드의 고급차 판매가 줄어들면 업계에선 '진짜 불황'이라고 본다.
14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럭셔리 브랜드의 하이엔드 모델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원래 경기와 무관하게 잘 팔리는 것이 하이엔드 모델이지만 올 들어 '신차 판매'로 간신히 버티는 모습이다.
그동안 한국이 벤츠의 대표적인 글로벌 고급차 시장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판매 감소다. 지난해 국내에서 벤츠 고급 브랜드 마이바흐는 전년 대비 32% 늘어난 2596대가 팔렸는데, 이는 전 세계 판매량 2위에 해당한다.
최근 수년간 약진을 거듭했던 슈퍼카 브랜드도 올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처음 국내에서 '1만대 클럽'을 달성했던 포르쉐는 올해 5월까지 국내에서 전년 대비 36% 감소한 3296대 판매에 그쳤다. 폭스바겐그룹 벤틀리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66% 감소한 100대에 불과하다.
국산 고급차종도 판매 부진은 마찬가지다.
올해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국내에서 전년(5만5401대)보다 0.5% 증가한 5만5690대를 팔며 선전하는 듯 했지만 실상을 보면 신차 판매에만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부분변경 모델로 새롭게 나온 GV80이 74.7% 증가한 2만949대 팔리며 브랜드 전체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제네시스 중 최고급 모델인 G90은 기대 이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G90은 올해 전년보다 29.1% 감소한 3783대 팔리는 데 그쳤다. G80도 올해부터 신형을 판매하고 있으나, 1~5월까지 전년보다 7.8% 하락한 2만661대를 팔았다.
고급차 판매 감소는 신차등록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이날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등록된 신차(승용차, 상용차 모두 포함)는 전년 대비 1.3% 줄어든 14만851대로 나타났다. 월별 신차등록 대수는 4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전년보다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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