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고 학교 가는 게 평생 소원"…울산 어르신 학교 가다

기사등록 2024/06/11 15:57:08

땡땡마을, 마을 어르신 학생 체험 행사 열어

상북초 6학년 학생들에게 신조어도 배워

[울산=뉴시스]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는 11일 울주군 상북면 상북초등학교에서 '마을 어르신 1일 상북초 학생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24.06.11. (울산시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난생 처음으로 교복을 입어봅니다. 마음에 한으로 남았던 학창 시절을 이렇게 나마 느낄 수 있어서 말도 못하게 좋습니다."

11일 오전 울산 울주군 상북면 상북초등학교에서 열린 '마을 어르신 1일 상북초 학생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어르신의 말이다.

이날 행사는 울산시교육청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이른바 땡땡마을이 주관해 열렸다.

이 행사는 지난달 열린 '전통 손 모내기 체험행사'에서 "땡땡마을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는 대리마을 어르신들이 교복을 입고 실제 초등학교 교실에서 수업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는 상북면 지내리 대리마을 이장의 요청에 따라 마련했다.

행사에는 센터에서 한글 교육을 받는 대리마을 할머니와 할아버지 13명이 참여했다. 연령대는 6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했다.

이날 흰색 칼라가 도드라진 교복을 입은 할머니들의 얼굴은 수줍은 10대 소녀의 미소로 가득했다. 서로를 보고 어색한 듯 쑥스러운 미소를 짓기도 하고,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할머니들은 "난생 처음 교복을 입어보니 진짜 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린시절 경험해보지 못했던 배움의 한을 이렇게라도 풀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상북초에서 제공한 '그때 그 시절' 교복을 입고 아침 9시에 등교했다. 학교장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각 교실과 운동장에서 초등학생들과 함께 일과를 보냈다.

1학년 교실에서 진행된 100일 기념행사에 참여하고 6학년 학생들에게 신조어도 배웠다. 놀이 시간에는 학생들과 어울려 제기차기, 줄넘기를 했고, 학교 시설도 둘러봤다.

[울산=뉴시스]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는 11일 울주군 상북면 상북초등학교에서 '마을 어르신 1일 상북초 학생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24.06.11. (울산시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행사를 추진한 이영준 교사는 "센터에서 한글 교육을 받아 글을 깨친 마을 어르신들이 단 하루이지만 자신들이 꿈꿨던 학교생활을 경험해 보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박분필 할머니는 "오늘 하루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즐거웠다"며 "교복을 입고 수업 받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간절했는데 오랜 소원을 이뤄 기분이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센터는 지난해 11월 울산시 북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와 협업해 노인들을 대상으로 '그 시절 추억여행 백 투 더 1960'을 진행했다. 노인들은 교복을 입고 추억의 도시락을 먹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울산시교육청은 울주군 상북면에 있는 옛 궁근정초등학교 폐교를 활용해 울산 지역 학생, 학부모, 시민들에게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2020년부터 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아이들, 어른들 누구나 오고 싶을 때 언제든 환영한다는 의미로 ‘땡땡마을’이라고도 불린다. 학교와 마을은 물론 주민과 마을을 이어주는 중간 거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해마다 학생과 주민 4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센터는 폐교 시설을 활용한 전국 모범사례로 지난 2021년 생활SOC공모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교육청 부서(기관) 주요 업무 평가에서 우수사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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