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있을 때마다 금지, 재개 방식 벗어나야"
"상당수 헤지펀드, 한국 떠나 다른 시장 찾아"
[서울=뉴시스] 박은비 우연수 기자 = 외국인투자자들이 10일 금융감독원이 개최한 공매도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관련 규제를 예측 가능하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감원은 이날 그동안 부각되지 않은 외국인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주안점을 뒀다.
김동은 한국투자증권 홀세일본부장(상무)은 금감원이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와 공동 개최한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3차)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김 상무는 "지난 20여년 넘게 외국인투자자를 한국에 투자할 수 있게 유치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들 중에서도 롱온리펀드 위주로 공매도 금지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물어봤다"며 "가장 많이 이야기한 건 (규제) 예측 가능성으로 앞으로도 만약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시스템에 변화가 생길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것 같다. 이런 것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주면 투자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하면서 보면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참고해줬으면 한다. 이렇게 전산시스템을 구축했을 때 그걸 해킹할 수 있다면 큰 금융사고가 날 수 있다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는 톱5, 톱10 정도의 거래를 허용하면서 거기서 나오는 흐름을 파악하고 시스템 베타 버전을 적용하는 게 향후 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는 외국인은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생각해야 한다"며 "이미 많은 헤지펀드들이 한국시장을 떠나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에서 롱숏플레이를 하고 있다. 시스템 구축 부담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싱가포르 헤지펀드 운용역도 공매도 관련 업무처리 기준과 가이드라인, 불법 공매도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그는 사전 인터뷰를 통해 "홍콩 시장의 경우 거래자들이 시가총액, 유동성 등 (명확한) 조건에 따라 종목별로 공매도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 예측이 가능하다"며 "특정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금지, 재개하는 현재 방식에서 벗어나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공매도를 효과적으로 하는 방식이 필요하며, 공매도 허용이 시장 유동성과 투명성을 높이기에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영광 안다자산운용 헤지운용본부장은 "의도적인 불법 공매도는 차입 확정 전 수기로 장부 조정을 해서 공매도가 먼저 이뤄지는 경우이기 때문에 확정된 수량을 전산 잔고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의도적인 불법 공매도는 구조적으로 근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헤지펀드들은 리스크 헤지 수단 중 하나인 숏포지션을 제약받고 있는 상황이라 본연의 목표에 충실하게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위한 공매도 재개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황선오 금감원 금융투자부문 부원장보는 "대차거래 전산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자체잔고관리시스템은 3중 관리 시스템으로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시스템 운영 과정에서 미비점이 나타나면 검토해보겠다"고 설명했다.
황 부원장보는 이어 "전산시스템 구축 비용이 높아서 구축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는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미 자체 시스템이 있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관투자자가 불법 공매도 차단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을 땐 제재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법령 개정을 통해 전산시스템 구축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이를 갖추지 않은 경우에는 제재할 수 있는 근거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전산시스템 구축 없이 공매도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기관들이 잔고관리시스템을 잘 개발해서 불법공매도가 원천 차단되도록 설계하고 그게 우리 자본시장 선진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수탁증권사들의 점검 의무가 생기는데 증권사들이 그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협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을 대표해 참석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이날 파생시장 문제를 지적했다. 정 대표는 "공매도를 금지 중인데도 한국 증시가 세계 꼴찌 수준인 이유 중 하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불확실성 때문이고 하나는 파생시장 문제"라며 "파생시장이 외국인 놀이터로 전락한지 오래됐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또 "자기자금 없이 하루에 12조원의 코스피200 선물 매도를 통해 주식시장을 교란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며 미국처럼 외국인과 기관의 현·선물 거래 증거금을 법제화시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은 증권사의 직접전용회선(DMA) 이용 공매도 의혹에 대해 내부통제 상황을 점검한 결과 전반적으로 한국거래소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DMA 주문안정성, 결제의무이행능력에 대한 평가 기준 미비 등 일부는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개선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또 상장지수펀드(ETF) 호가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매도 금지 예외로 둔 유동성공급자(LP)들의 시장 교란 의혹과 관련해서는 LP 목적에 벗어나는 공매도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 등이 지적한 내용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ilverline@newsis.com, coinciden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