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풍선'에 '대북전단'까지…"왜 못막나" 시민들 우려

기사등록 2024/06/08 06:00:00 최종수정 2024/06/08 06:50:35

대북전단 20만장, K팝 담긴 USB 5000개 북으로

北 "대북전단 재개 땐 100배 복수"…긴장 고조

헌재, 지난해 9월 "대북전단 금지는 헌법에 위배"

"정부, 단체와 소통으로 당장의 긴장 완화해야"

[파주=뉴시스] 김근수 기자 = 탈북민 단체가 6일 새벽 북한 접경지역에서 북한 상공으로 대북전단 등이 담긴 애드벌룬을 보낸 가운데 6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에서 바라본 북한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4.06.06. ks@newsis.com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국가도 아닌 민간단체에서 개별적으로 삐라(전단)를 뿌릴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오물풍선이 이미 서울에도 넘어왔는데 긴장감이 심해질까 우려되죠. 정부에서 민간단체와 긴밀히 소통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요."

북한의 오물풍선에 이어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이어지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비해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현충일인 6일 오전 0~1시께 경기 포천에서 10개의 대형 애드벌룬을 통해 대북전단 20만장을 북한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K팝 음악, 드라마 등을 담은 USB 5000개, 1달러 지폐 2000장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는 "북한은 지난 며칠 간 대한민국 전역에 15t 오물쓰레기를 담은 1000개 애드벌룬을,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무차별 살포하며 5000만 우리 국민에게 최악의 모욕과 수치를 줬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앞서 지난달 10일에도 인천 강화도에서 대북전단 30만장과 USB 2000개를 보낸 적이 있다.

대북전단 살포 이후 아직 북한이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이 지난 2일 오물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며 대북전단 살포가 재개되면 100배의 휴지와 오물을 집중 살포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정모(29)씨는 "이미 국가에서 대북확성기 등 대응 방침을 밝혔다"며 "민간단체에서 개별적으로 삐라(전단)를 살포하는 건 긴장만 높이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최모(60)씨도 "최근 북한이 남한과의 통신선을 끊었다는 뉴스를 들었다"며 "북한이 무언가 일을 벌이려는 제스처이지 않은지 염려스럽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자유북한운동연합은 6일 새벽 경기 포천시에서 대북전단 등이 담긴 대형 애드벌룬을 북한에 띄어 보냈다고 밝혔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2024.06.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시민들의 이러한 우려에도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달 6일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며 "정부는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상황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대북전단 살포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이 시행됐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북전단 살포로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등 단체에서는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반발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해당 법안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놨다.

헌재는 "표현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허용되고, 특히 정치적 표현의 내용 중에서도 특정한 견해, 이념, 관점에 기초한 제한은 과잉금지원칙 준수 여부를 심사할 때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대북전단 살포 이후 북한이 맞대응할 경우 한반도 긴장이 한층 더 고조될 수 있어 당장의 대안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정부가 헌재의 결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일부 재판관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형사처벌 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경우로 한정돼야 한다"며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신체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형벌권을 행사하지 않고도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대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형사적으로 처벌할 순 없지만, 행정력을 동원해 대응하는 것까지 원천 차단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의 근거가 되는 판결이다.

경찰관 직무직행법이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 및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관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경찰관은 이 법에 따라 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불심검문·보호조치·위험발생 방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서울 중구 구민 정씨는 "대북전단 살포 시 처벌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재의 지적에는 동의하지만, 국가 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적극 나설 필요는 있다고 본다"며 "정부에서 단체와 긴밀히 소통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파주=뉴시스] 김근수 기자 = 탈북민 단체가 6일 새벽 북한 접경지역에서 북한 상공으로 대북전단 등이 담긴 애드벌룬을 보낸 가운데 6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에 한국 측 초소 옆에 대북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2024.06.06. k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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