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 맞아 찾은 서울의 리필스테이션
고객들 한참 고민하지만 선뜻 구매는 못해
"친환경 소비 관심 많지만 가격은 부담 돼"
"방향성에 모두 공감…친환경 지원 늘려야"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가게가 다행히 회사 근처여서 점심시간을 맞춰 왔어요. 아무리 친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도 몇십분 걸리는 가게는 안 가게 될 것 같아요. 결국 접근성이에요. 접근성이 좋으면 아무래도 자주 찾겠죠."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방문한 서울 마포구의 한 리필스테이션.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이른 시간이었지만 가게를 찾은 방문객들이 종종 보였다.
◆리필스테이션이란 말그대로 상품을 리필해가는 매장으로, 특별한 포장 없이 고객이 가져온 빈 용기에 물건을 담아주는 친환경 가게를 의미한다.
가게 안의 고객들은 식품에서부터 문구, 주방용품 등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수십분씩 자리에 머물렀다. 하지만 쉽게 소비로 이어지진 않았다.
친구와 함께 방문했다는 한 여성은 30분 가까이 고민한 끝에 코코넛 껍질로 만들어진 990원짜리 수세미를 구매했다. 다른 여성은 낱개로 된 쿠키를 골랐다.
이날 가게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친환경 소비에 관심이 많지만 비싼 가격과 낮은 접근성에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동작구에서 온 장모(45)씨는 "친환경 제품은 가격이 엄청 나간다"며 "고체로 된 주방세제를 주로 쓰는데 대형마트에서 파는 일반 제품과 비교하면 2배 정도 가격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방문했다는 해모(40)씨도 "대나무 칫솔이 보통 개당 1000~2000원이다. 10개에 8000원 정도인 마트 칫솔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커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가게 벽면 곳곳에는 '비싸요. 조금씩 가격을 계산하면서 담아요.'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기도 했다.
가게 직원은 "가격을 듣고 '너무 비싸다'고 하는 손님이 종종 있다"며 "상품을 한번 꺼내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어 안내문을 붙여놨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친환경 제품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지 않은 것도 소비를 어렵게하는 요인으로 지목 됐다.
장씨는 "오늘도 회사 점심시간에 맞춰 가게를 찾은 것"이라며 "주변에 이런 가게가 더 많으면 좋울 것 같다"고 말했다.
중랑구에서 온 양모(38)씨 역시 "근처에 볼일이 있어 왔다"며 "가게가 주변에 있던 게 아니라면 굳이 찾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대형마트들 역시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축소한 상황이다.
대형마트 3사에 따르면 2020년 9월 이후 총 18개의 제로웨이스트 지점이 생겼지만 이날 기준 단 세곳만 남아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고물가로 사람들이 친환경 소비를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녹색소비를 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만큼 친환경 제품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친환경 소비가 결국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친환경 정책은 일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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