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37명 부상 입어…지난달에도 유사 사고
해당 지역, 안전 인프라 악조건 가져
"지자체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나서서 해야"
[서울=뉴시스]이수정 오정우 기자 = 상명대학교 인근 언덕에서 버스가 밀리는 사고가 지난 달에 이어 또다시 발생했다. 언덕길 경사가 가팔라 버스가 다닐 때면 뒤로 밀리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별다른 대책 없이 운행이 계속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5일 오전 10시41분께 서울 종로구 구기동 상명대 인근에서 언덕길을 오르던 마을버스가 뒤로 밀리는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승객 36명이 경상을 입었으며,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같은 사고는 지난달 10일에도 발생했다. 버스가 미끄러지면서 승용차 9대 등 차량 10대가 부딪히는 사고가 났고, 버스 승객 3명이 경상을 입었다. 지난해 9월에도 마을버스가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해 승객 17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언덕길이 가팔라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기동에 10년 이상 거주한 양모씨는 "언덕길에서 (차가) 마주올 때 한번 서지 않냐. 차가 맞물리니까 그때 잠깐 서고 다시 출발하면 베테랑들은 다시 전원을 켜고 출발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잠깐 꺼지기도 한다"며 "서는 경우에는 뒤로 밀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해당 버스에 탑승 중이었던 상명대학교 학생 김해린(21)씨는 "차가 빠지는 걸 기다리면서 잠시 정차를 하고 올라가려고 하는데, 이게 올라가지 않고 후진을 몇 번 반복하다가 다시 올라가려고 했다. 잠시 발을 뗀 상황에서 훅 밀린 것"이라며 "등교 시간이어서 학생들이 많이 타는 시간대였다. 학생 수에 비해 버스가 조금 작았다"고 말했다.
버스 회사 측은 승객 탑승 상태에 따라 버스 운행 여건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내연기관이든 전기버스든 언덕에 서서 올라갈 때는 빈차, 만차인 상황은 힘 받는 부분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가 교차가 되지 않는 길이다 보니 골목에서 차가 움직이면 서야 한다. 차를 보내고 나가야 하는 부분이 어렵고, 그래서 운전자도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버스회사는 대책 마련이 더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해당 언덕길에서 사고가 발생한 버스 회사 측은 사고 원인에 대해 "조작 미숙"이라고만 답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차원에서의 안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해당 지역은 안전 인프라 조건에서 악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운전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교통안전 표지판, 정거장, 횡단보도 위치 선정도 고민해서 해야 한다"며 "지자체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나서서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해야 한다. 버스 회사도 충분히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날씨가 덥기 때문에 에어컨을 풀로 틀다 보니 출력이 낮았을 수 있다. 특히 학교 앞이다 보니 탑승객 숫자도 기존보다 많았을 수 있다"며 "이 정도 사고가 반복되면 버스 회사에서도 '특정 수준 이상이면 못 올라간다' '충전하고 가라'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데이터도 있어야 맞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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