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상화를 위한 총장협 첫 회의…33개 대학 참여
"현실적으로 유급·휴학 불가피…민사소송 공동 대응"
정부 전공의 사직수리 맞물려 의대생 출구전략 관심
교육부, 동맹휴학 불허 고수…승인시 '지옥학년' 우려
이대로 8월 초 되면 법령상 '30주' 초과돼 유급 우려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대학 총장 30여개교가 의대 증원에 반대해 복귀를 거부하는 의대생 집단 유급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구체적인 교육환경 개선 지원 방안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철회하면서 넉 달째 휴학계를 내고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들에 대한 태도 역시 변화할지 관심이 모인다.
'의과대학 정상화를 위한 총장협의회(협의회)'는 4일 오후 첫 화상회의를 갖고 이같이 논의했다고 밝혔다.
총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의대생 복귀 대책은 교육부 및 보건복지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나아가 협의회는 "현실적으로 (의대생) 유급·휴학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향후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정부 인원·시설·장비 등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집중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협의회는 학생·학부모 및 의대 교수단체의 민사소송에 대한 공동 대응과 대정부 면담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의대 정원이 늘어난 총장들을 상대로 내년부터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발생 시 빚어질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상황을 문제삼아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협의회는 오는 7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면담을 갖기로 했다. 이후 별도 논의를 거쳐 협의회 차원의 학생·학부모 대상 성명서 발표도 추진한다.
의대 증원을 두고 의정갈등이 시작된 이후 의대를 보유한 대학 총장들이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처음이다.
총장 협의회에는 대학 전체 40곳 중 33곳이 협의회에 참여했다. 의대 증원이 이뤄진 32곳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인 박상규 중앙대 총장이다. 의대 총장협의회 회장은 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맡기로 했다.
홍 총장은 "서울 지역 7개 대학 총장에게는 직접 전화를 해서 참여를 독려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논의는 당장 협의체를 구성한 후 첫 모임이라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나오지 않았지만 교육계에서는 의대생 휴학 승인부터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특례 마련 등 갖가지 대책이 논의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의대 증원이 반영된 2025학년도 수시 모집요강이 확정되면서 입시 차원의 절차는 모두 종료됐다. 그러나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고 교육부와의 대화도 거부하고 있어 '집단 유급' 위기가 커지고 있다.
의대생들은 지난 2월20일부터 집단 휴학계 제출 및 수업거부에 돌입해 이날 현재 100일을 넘긴 상황이다.
통상 대학은 학칙에서 수업일수의 3분의 1 내지는 4분의 1을 빠질 경우 낙제(F) 처리하며 의대는 대체로 F가 한 개만 나와도 유급 처리돼 진급하지 못한다.
이에 대학들은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간 후로 학사 일정을 연기해 왔으며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수업 운영 및 '학기제'의 '학년제' 전환 등 유급 방지 대책을 담은 '탄력적 학사운영 방안'을 각자 마련한 상태다.
설령 8월 초에 의대생들이 돌아오더라도 이미 늦어버린 수업을 다 마치려면 주말이나 야간 수업을 강행해야 해 현실적으로 감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때문에 연세대와 고려대 등 일부 서울 지역 의대는 물론 일부 대학 총장들 사이에서도 더는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을 거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3일 대변인 정례브리핑까지 동맹휴학은 법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휴학을 인정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브리핑을 갖고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정부의 출구전략이 본격 가동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교육부는 "의대생 수업 복귀와 관련해 다음주 중 발표를 준비 중"이라면서도 "구체적 발표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만 설명했다.
다만 교육부가 다음주 의대생 수업 복귀 대책을 내놓아도 현 수준처럼 휴학 승인을 불허하는 가운데 유급 방지를 위한 탄력적 학사 제도를 운영하는 것처럼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당근'만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 고위급과 일부 대학 총장들 사이에선 만약 휴학을 받아주게 될 시 2025학년도에 증원에 따라 입학한 신입생과 복학생들까지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최악의 '지옥 학년'이 발생한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또한 유급을 강행할 경우 해당 학생들은 등록금을 돌려받을 수 없고 이미 유급이 누적됐던 학생들은 퇴교나 제적 등 보다 큰 불이익을 받을 처지에 놓이게 되는 만큼 그 피해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달 말에 전공의 사직 수리 여부 중간 상황을 점검할 예정인 만큼, 전공의 복귀 움직임을 보고 일부 의대생들이 자연스럽게 복귀하며 '단일대오'가 깨지는 걸 기대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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