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지급 판결에 HUG 항소…피해자들 '울분'

기사등록 2024/06/04 13:27:08 최종수정 2024/06/04 15:52:52

1심 판결 엿새만 HUG 항소장 제출

피해자들 "HUG, 과실로 인한 잘못 인정해야"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4일 오전 부산 남구 국제금융센터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HUG의 사과와 항소 취하를 요구하고 있다. 2024.06.04. mingya@newsis.com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최근 법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일방적인 보증보험 취소에 대해 HUG의 잘못을 인정하며 임차인의 보증금을 물어줘야 한다고 판결한 데에 대해 피해자들은 HUG의 과실 인정을 촉구했으나 HUG는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4일 오전 부산 남구 국제금융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UG의 사과와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법원은 '부산 180억원대 전세사기 피해자'인 A씨(원고)가 HUG와 임대인 B(40대)씨를 상대로 제기한 임대차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B씨가 가입한 HUG의 임대보증금보증 상품(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 발생 시 HUG가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먼저 돌려주는 것)을 전제로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또 이를 신뢰해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B씨의 위조 계약서를 뒤늦게 확인한 HUG는 일방적으로 보증 계약을 취소했고, A씨는 B씨로부터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와 A씨가 B씨의 기망행위를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들어 원고 승소 결정을 내리며 HUG와 B씨는 공동으로 A씨에게 임대차 보증금 1억4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판결이 나온 지 엿새만인 지난 3일 오후 HUG는 승복하지 않고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9일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북부지사의 모습. 2024.01.29. jhope@newsis.com

이를 두고 이날 피해자들은 HUG의 항소 취하를 요구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자리한 A씨는 "HUG는 1심 판결문에 인용된 대법원 판례와 1심 판결을 내린 판사님의 판단을 부정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이 판결은 단순히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라는 것뿐만 아니라 HUG가 더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치라는 뜻도 포함돼 있다"며 "그간 서류 심사를 엄격히 하지 못한 HUG의 과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HUG는 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A씨는 또 "이번 1심 판결을 받기까지 아내와 죽을힘을 다해 버텨왔다"며 "그러나 그 작은 기쁨마저 얼마 가지 않게 HUG는 끝까지 방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전세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편과 피해 임차인 보호에 앞장서야 할 HUG, 그 상위 기관인 국토교통부가 이토록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전세사기특별법을 대놓고 방해하는 모습에 치가 떨린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HUG는 더 이상 억지 주장으로 피해자들의 고통을 연장시키지 말아달라"며 "피해액은 잘못한 임대인에게 받아내고 업무 태만과 과실로 인한 잘못을 인정하며 법원 판결에 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피해자 대책위 공동위원장 D씨는 "HUG는 대규모 보증 취소 사태 이후 추가 서류를 받고, 보증가입 신청이 되면 알림 카카오톡을 발송하는 등 여러 추가 안전장치를 갖춰 나가고 있다"며 "정작 이런 허술함으로 피해를 받은 피해자들에게는 아직 사과 한마디도 없다"고 지적했다.

D씨는 "지금이라도 판결을 인정하고 관련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HUG가 가지고 있는 역할과 그 책임을 다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B씨 전세사기 사건' 관련 HUG측에 민사 소송을 제기한 가구는 총 77가구로 집계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gy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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