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시달리다 한강 투신 공무원…3년 만에 순직 인정

기사등록 2024/06/04 09:47:06 최종수정 2024/06/04 10:24:52

인사처 재해보상위원회, 지난달 강동구청 공무원 순직 승인

불법 주·정차 업무 6000건…욕설·폭언, 주차딱지 내던지기도

순직 불승인됐으나…재심의서 "상당한 스트레스 추정" 승인

[서울=뉴시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지난 3월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부에 악성민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사진=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제공)2024.03.18.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폭언·욕설 등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이 사망 3년 만에 순직을 인정받았다.

4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인사처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재해보상위원회)는 지난달 23일 강동구청 소속 공무원 A씨(사망 당시 30대)의 순직을 승인했다.

A씨는 2020년 1월 임용돼 강동구청에서 불법 주·정차 과태료 이의신청 관련 민원 업무를 맡아 왔으며, 1년 간 6000여건의 민원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민원인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가족과 주변에 고충을 여러 차례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원인들이 전화로 폭언·욕설을 하거나 주차딱지를 내던지는 등의 행동도 했다고 한다.

A씨는 임용 1년 만인 2021년 1월6일 한강에 투신했다. A씨 시신은 투신 두 달 만에 119특수단 광나루 수난구조대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공무원증을 목에 걸고 있었다.

A씨의 유족은 2022년 8월 인사처에 순직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1심 격인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지난해 5월 순직을 불승인했다. A씨가 겪은 스트레스가 민원 업무를 하다 보면 겪을 수 있는 수준이고, 자살 원인이 불명확하다는 이유였다.

A씨 유족은 2심 격인 재해보상위원회에 심사를 다시 청구했다. 위원회는 심의회 판정을 뒤집고 A씨의 순직을 승인했다.

위원회는 "반말, 욕설 등에 노출되는 기피 부서에서 상당한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업무 외 자살에 이를 개인적인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지난 3월에는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김포시청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달 2일 민원인과의 통화를 모두 자동 녹음하고, 공무원에게 욕설 등을 하면 먼저 끊을 수 있으며, 위법행위 발생 시 기관이 직접 고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 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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