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생소한 코인들…상장 기준 공개 못하는 이유있나[기자수첩]

기사등록 2024/06/04 20:01:00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신규 상장 코인(신규 코인)은 개미 투자자들에게 '기회'로 불린다. 대개 신규 코인들이 세레모니로 '상장빔(상장 후 급등)'을 쏘기 때문이다.

최근 불장을 맞아 세레모니 횟수도 늘어났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계기로 시장이 활기를 띠자, 신규 코인들이 급증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신규 코인은 전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최근 1년간 연일 상장이 제로(0)였던 1위 거래소인 업비트는 지난달 말 3일 연속 원화마켓에 신규 코인을 올렸다.

문제는 이렇게 급증한 신규 코인들이 이른바 '잡코인'이라 불리는 마이너 알트코인이란 사실이다. 이들의 대표적 특징은 '삼일천하 상장빔'이다. 상장 직후 10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가 하루 만에 50% 빠지는 코인이 부지기수다. 누군가에게는 기회지만, 다른 누군가에는 폭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극단적 상승 폭에 현혹되는 개미 투자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적금을 깨고 들어갔다가 90% 손실을 봤다는 피해 글이 쏟아져도 '나는 벌겠지'하고 매수 버튼을 누른다. 신규 상장 타이틀이 붙으면 아무리 잡코인일지라도 비트코인을 제치고 거래대금 상단에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폭탄을 품은 신규 코인들이 늘어날수록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 모두가 인정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를 막을 방도가 딱히 없다. 거래소 자율 협의체 닥사(DAXA)가 1년 넘게 제 역할을 못 하면서다. 잡코인을 걸러내겠다고 공개한 상장 기준은 모호했고, 거래소들도 잣대가 애매하니 제각각 따랐다.

지난해 닥사가 공통 상장 기준(가이드라인)을 발표했음에도 거래소마다 위믹스와 페이코인 등을 전부 다른 시점에 재상장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닥사가 협의체로서 중심을 잡지 못해 촌극이 발생한 꼴이다.

닥사는 현재 재상장 기준에 대해 '거래지원 종료일부터 일정 기간이 지난 경우'와 '일정 기간이 지났더라도 거래지원 종료 사유가 소멸했음이 분명한 경우'로 명시하고 있다. 일정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소멸했다고 판단하는 주체는 어디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없다.

기존 유가증권시장과 비교하면 더 초라한 잣대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서 재상장 조건을 ▲기간(상장 폐지일로부터 5년) ▲기업 규모 ▲자기자본 ▲경영성과 등으로 명확하게 마련해놨다. 기준이 구체적이고 높은 만큼 증권 시장에서는 재상장 사례가 드물다.

결국 당장은 내달 시행되는 가상자산법과 이에 맞춰 나오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닥사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국은 자율 규제안인 모범 사례를 통해 거래소의 가상자산 상장 기준뿐 아니라 상장폐지(상폐) 기준까지 손보고 있다. 닥사 역시 이를 따라 그간 모호했던 상장 및 상폐 기준을 다시 정립하고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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