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북전단 살포 시 "백배의 오물량" 경고
전문가 "수위조절로 정세 주도권 과시"
정부, 대북전단 용인 입장 고수…"자제 촉구를"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북한이 한밤중에 돌연 오물풍선 살포 중단을 선언했지만 '대북전단 중지'란 조건을 달았다. 확전을 자제했다는 명분을 쌓은 뒤 대북전단이 날아오면 더 강도 높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2일 밤 10시가 넘은 시간 담화를 통해 오물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지만 남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재개하면 "량과 건수"에 따라서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 몇 시간 만에 나온 담화다.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담배꽁초, 폐지, 오물, 쓰레기가 실린 풍선 총 900여개를 남한으로 보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통일부가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면,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모든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날 2차 살포를 단행했던 북한이 대북확성기 방송이 예고되자 한 발 빼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국면에서 중단됐던 대북확성기 방송이 6년 만에 재개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북확성기는 전방 10여곳에 배치된 고정식·이동식 고출력 스피커 40여 개로 한국의 발전상, 북한 내부 실상 등을 방송한다. 밤중엔 24㎞ 거리까지 들린다고 한다. 북한이 매번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다. 2017년엔 우리 군 GP(전방초소)를 통해 귀순한 북한군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듣고 귀순을 결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정세 주도권을 과시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확성기에 겁 먹어서 후퇴했다는 시각은 너무 단편적으로 보인다"며 "대남대응에서 수위조절을 통해 정세 주도권을 휘두르면서, 전단 살포를 신중히 생각하란 메시지를 선명히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용인해 온 정부가 입장을 바꿀 여지는 크지 않다. 정부는 남북관계발전법 상 대북전단 살포를 처벌하는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므로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결국 민간단체가 또 대북전단을 날려 보내고, 북한이 이를 빌미로 행동에 나서는 식으로 사태가 전개될 수 있다. 북한이 '최고존엄' 김정은의 위신을 훼손하는 대북전단에 조치를 예고해놓고 무대응으로 일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임 교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북한은 오물풍선 살포,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을 지속하고 허를 찌르는 방식으로 무인기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승적인 사고 전환으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북전단은 체제 존엄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오물풍선으로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확성기에 무력대응을 해야 하는 확전은 북한 입장에서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홍 위원은 "정부가 나서 남북 모두 비이성적인 비방성 행동을 자제하자고 촉구할 필요가 있다"며 "오물풍선은 전 국민 안전과 관련된 부분인 만큼, 안전을 우선시하자는 메시지가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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