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측 "이혼소송 판결 검토해달라"
"임대인 권리남용 주장시 기각이 다수"
"임차기간 종료시 퇴거하는 게 정상적"
"가족 등 특수관계인은 판단 달라진다"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어제 있었던 서울고법 이혼소송 판결 검토해달라."
SK이노베이션이 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미술관을 상대로 'SK 빌딩에서 나가달라'며 낸 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노 관장 측이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을 검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이 미술관 퇴거 소송에도 노 관장 측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임차 기간이 종료돼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퇴거를 요구하는 경우 응해야 한다. 그러나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라면 임대인의 권리 남용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法 "혼인관계 해소 안 된 상태서 아트센터 퇴거 요구" 지적
노 관장 측은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을 상대로 'SK 빌딩에서 나가달라'며 낸 소송의 첫 변론기일에서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을 검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노 관장 측은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부동산 인도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에서 "최태원과 노소영 사이 고등법원 사건 판결 선고 시 이 사건 관련한 재판부의 언급이 있었다"며 "원고 측에서 그 취지를 한 번 검토하시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가 "재산분할이 됐나"고 묻자, 노 관장 측은 "그건 아니고 위자료 관련해서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앞서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최태원(64) SK그룹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 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아트센터 나비를 언급하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노소영은 1997년 6월 최태원 모친이 사망한 이후 모친이 운영하던 워커힐 미술관의 관장직을 이어받았다"며 "아트센터 나비로 명칭을 바꾼 후 현재까지 아트센터 나비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트센터 나비는 2000년부터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SK사옥인 종로구 소재 서린빌딩을 전차해 사용하고 있었다"며 "SK그룹으로부터 운영자금을 지원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최태원의 이 사건 이혼조정 신청 이후 SK이노베이션은 리모델링을 이유로 2019년 9월부로 아트센터 나비와 전대차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하고 서린빌딩에서 퇴거할 것을 요구했다"며 "최근 SK이노베이션은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부동산 인도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태원은 노소영과의 혼인관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아니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소영이 최태원의 모친으로부터 승계한 아트센터 나비 관장으로서의 사회적 지위를 위태롭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아트센터 나비 퇴거 소송의 선고기일을 오는 21일로 지정했다.
◆법조계 "통상 퇴거해야…다만 '특수관계인' 상황 달라져"
법조계에서는 통상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이후라도 특별한 문제 제기가 없다면 자동 갱신되는 것이 정상적인데, 이 사건의 경우 SK그룹이 운영자금을 지원하면서 아트센터 나비가 무상 전차 상태이기 때문에 갱신 여부는 쟁점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아트센터 나비 퇴거 소송이 노 관장의 무단 점유인지, 임대인인 SK이노베이션의 권리 남용인지를 법원이 판단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 황귀빈 변호사(법무법인 삼양)는 "명도소송은 소유권에 대한 청구와 임차기간과 관련한 채권적 청구가 있다"며 "SK이노베이션 측은 '임차기간이 종료됐으니까 나가라'는 것이지만 노 관장 측은 '내가 점유할 정당한 권한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차 기간이 종료되면 통상 퇴거해야 하지만, 임대인과 임차인이 특수관계인(회사의 대주주·오너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에 놓여 있는 경우 다른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거를 요구했다'고 지적한 점은 아트센터 퇴거 소송에서 노 관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부동산 소송을 다수 수행한 김의택 변호사(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는 "두 사람이 이혼을 안 했다면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라며 "임대차에서 권리 남용을 주장하면 인정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가족 관계 등 특수관계인에 놓여있으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아버지와 싸우고 '집에서 나가라. 더 이상 공짜로 임대해 줄 수 없다'고 제기한 소송에서 권리 남용으로 기각한 판례가 있다"며 "아트센터 퇴거 소송에서 재판부가 신의성실 위반에 따라 권리 남용으로 보고 기각할 가능성이 있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혼인관계 해소 여부를 떠나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다른 법인격이라면 임차 기간을 지켜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부동산 전문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이 소송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다른 법인격이기 때문에 이혼소송과 상관이 없을 걸로 보인다"며 "시간 벌기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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