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적 범행이긴 하나 위험성 커 이같이 구형"
감정 북받쳐 울먹이기도…재판 15분 잠정 중단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서울 동대문구 중랑교 밑에서 노숙생활을 하다 구청 창고에 불을 낸 베트남 국적 이주여성에게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31일 오전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동식) 심리로 열린 현모(44)씨의 공용건조물 방화 미수·특수재물손괴 혐의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우발적 범행이긴 하나 위험성이 큰 점 등을 고려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현씨는 지난 3월26일 중랑천 게이트볼 구장 인근의 구청 창고에 있던 기계를 망치로 부수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불은 일부 자재만 태우고 20여분 만에 꺼졌으며 인명 피해는 없었다.
현씨는 2007년 지적장애가 있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 2013년 귀화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슬하에는 11살 아들도 있었으나 시어머니와 갈등 끝에 2016년 이혼했다.
현씨는 이혼 후 기초생활수급자가 돼 고시원, 찜질방, 노숙인 쉼터 등을 2년여간 전전하다 2019년부터 중랑천변에 텐트를 치고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동대문구청은 현씨에게 주거와 한국어 공부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현씨는 모두 거부했다.
현씨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이혼 후 한국어 의사표현을 못해 사회복지 지원을 받지 못했고, 그로 인해 생계에 곤란을 겪다가 창고에서 지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화 경위에 대해서도 "항의의 표시로 불을 저질렀으나 창고를 다 태우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면서 "바로 옆 게이트볼 구장 등에도 사람들이 많았기에 금방 불이 진화될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변호인은 구청의 지속적인 퇴거 요청에 현씨가 불응한 이유는 "무엇보다 아들이 사는 곳 근처를 떠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이같은 사정을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씨는 최후 진술에서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싶었다"면서 "나도 이런 일을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지원을 잘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민트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현씨는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토로하며 감정에 북받쳐 울먹였다. 이 과정에서 약 15분 간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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