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던져진 주사위…구제 언급한 정부, 투쟁 예고한 의료계

기사등록 2024/05/31 05:30:00 최종수정 2024/05/31 05:56:53

오늘까지 전공의 상담 취합…추후 처분 등 참고

"실익·명분없어…복귀 이뤄지면 급물살 탈 수도"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 29일 서울 시내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2024.05.29.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각 대학별 2025학년도 의대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발표되면서 사실상 의대 증원 절차가 마무리된 가운데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원 확정에 따라 실리와 명분을 잃은 전공의들의 복귀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수련병원을 통해 전공의를 대상으로 복귀와 진로에 대해 실시한 상담 결과를 취합한다.

전날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2025학년도 의대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이날까지 각 대학별로 입학전형을 공표하면 절차상으로 의대 증원은 마무리된다.

관건은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 여부다. 이들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100일 넘게 의료 현장을 이탈했는데 증원이 확정되면 증원 여부나 규모를 놓고 더 이상 협상을 할 여지는 사라지게 된다. 이들은 복귀를 할지, 투쟁을 지속해야 할지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놓였다.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를 위해 당근과 채찍을 꺼내들었다.

전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통해 "정부는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복귀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구체적인 구제책을 마련해나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구제책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17일에만 해도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구제 여부를 묻는 질문에 "불이익을 줄일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복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 발표 직후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이를 위반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사 면허 정지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는데 당정 협의에 따라 유연한 처분을 위해 절차가 보류 중인 상태다.

정부의 구제책은 행정처분 기간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미복귀자를 대상으로는 엄정한 처분을 예고하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복귀한 전공의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과는 확실하게 차이를 두고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등에 따라 추가 수련 기간이 3개월을 경과하면 전문의 취득이 1년 미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소수이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현장으로 복귀하는 전공의들도 증가하고 있다.

100개 수련병원 보고에 따르면 현장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4월30일 577명에서 5월28일 699명으로, 1개월 간 122명 늘었다. 211개 모든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864명이다. 전체 전공의의 8.2% 수준이다.

반면 의료계는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전날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한민국 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를 열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증원 확정이 되면 실익도 없고 명분도 없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복귀가 이뤄질 수 있다"며 "일부가 돌아오기 시작하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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