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공개적인 자리에서 상대방을 향해 "정상이 아니다. 병원 좀 가봐라"라고 발언해도 모욕적인 표현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은 지난 9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유튜버인 A씨는 지난 2022년 대구 달성군 박근혜 대통령 사저 앞 길가에서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던 중 근처에 있던 상대방 유튜버가 자신을 훼방하는 발언을 하자 "입 다물어라. 정상이 아닌 것은 너다. 병원 좀 가봐라. 상담 좀 받아 봐야겠다. 상당히 심각하다"라고 말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피해자가 걱정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에서 심리치료사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 보라고 권유한 것에 불과할 뿐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발언이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발언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발언으로서, 피고인이 공연히 그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은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구독자 3만명 가량을 보유한 유튜버인 피고인이 방송을 하던 중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특정해 해당 발언을 한 것은 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법원 판단은 무례한 표현이긴 하지만 모욕적 언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모욕죄의 모욕은 상대방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상 어떠한 표현을 듣고 기분 나쁜지 등 명예감정을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다"라며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춰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해당 발언이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피해자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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