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기간 내 드라마 제작 무산…대본 이용권은 어디로[법대로]

기사등록 2024/05/25 09:00:00 최종수정 2024/05/25 10:24:51

드라마 작가, 대본 완성해 제작사 전송

계약 기간 동안 캐스팅도 못한 제작사

제작사 측 "대본 이용권 자사에 있어"

法 "대본 저작권 작가에게 있다" 판단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100억원대 투자금 돌려막기 사기 혐의로 재판 중이던 블루문 펀드 전 대표가 사망해 재판이 종결됐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 2024.04.15. yes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장한지 이소헌 기자 = 대본(극본)을 받고도 캐스팅이나 편성 등 드라마 제작을 본격화하지 않았다면 '대본 저작물'은 제작사와 작가 중 누구에게 있을까.

법원은 극본의 저작권은 제작사가 아닌 집필을 맡은 작가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업무상 저작물은 법인이나 단체 등에 소속된 종사자가 업무상 만들어낸 저작물이어야 하지만, 작가는 제작사에 속한 종사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이광만)는 지난 1월18일 드라마 제작사인 주식회사 A사가 작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극본이용권 확인의 소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A사는 2014년 7월 자사가 기획·제작하는 공중파 드라마 방송극본 집필을 B씨에게 맡기고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사용계약 종료시점인 2016년 7월까지 드라마 시놉시스(기획안)와 극본 14회분을 A사에 전달했다.

B씨는 계약 종료시점까지 드라마 캐스팅과 편성에 관해 확정받지 못하자 '이 사건 계약은 기간 만료로 종료됐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우편을 A사에 전달했다.

이에 A사는 계약 체결 기간 중 작성된 극본의 이용권이 제작사에 있다고 주장하며 극본이용권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쟁점은 사용계약에 따라 작가가 집필한 극본 저작물의 이용권이 드라마 제작사에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 과정에서 A사 측은 "A사는 드라마를 제작하고, 이를 판매 및 배급할 수 있는 이용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B씨 측은 "저작권 침해"라고 반박했다.

1심은 지난해 6월 작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용계약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극본의 이용권한이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저작물(극본)에 대한 이용권한은 2016년 7월 계약의 기간만료로 소멸됐다"며 "저작물을 기초로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이용권한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제작사)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이용권한은 무제한적인 권리가 아니라 유효기간의 제한을 받는다"며 "계약기간 종료 후에도 원고에게 저작물의 이용권이 인정된다면 양자 간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고의 영상제작물 편집권, 복제·배포, 공중송신 등의 권한은 유효기간 내 이 사건 드라마가 제작된 경우에 비로소 인정되는 권한"이라며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고 덧붙였다.

2심도 드라마 제작사 측의 항소를 기각하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극본을 집필했을 뿐이고, 원고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계약에 업무상 저작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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