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방청, 순직소방관 유가족 '진짜 니즈' 첫 실태조사…"개별 면담"

기사등록 2024/05/24 05:30:00 최종수정 2024/05/24 05:58:46

5년 마다 소방공무원 실태조사 연구용역

'순직소방관' 실태조사 항목 처음 추가돼

尹, 작년 소방의 날 행사 "지원 강화" 지시

"연구진에 유족 정보 주면 개별 면담 진행"

"조사 통해 정말 필요로 하는 바 파악할 것"

"연구로 나온 니즈 토대로 지원 방안 고민"

[대전=뉴시스] 강종민 기자 =  지난달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 안장식에서 故 곽종철 소방장과 배규대 소방장, 민대성 소방위, 박주상 소방장, 한명희 소방장, 정미화 소방교, 김관옥 소방장, 고은호 소방경, 오세민 소방위의 영현과 유해가 봉송되고 있다. 2024.04.24.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소방 당국이 처음으로 순직 소방공무원과 유가족 지원에 관한 실태 조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순직 소방관과 유가족 대상의 지원을 강화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2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소방청은 최근 '소방공무원 보건·안전·복지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수립'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 연구는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기본법에 따라 소방청이 소방공무원의 보건·안전·복지 정책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5년마다 실시하는 조사인데, 올해는 '순직 소방관'에 관한 실태조사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다.

구체적으로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 활동에 대한 적절성'과 '순직 소방공무원·유가족 예우를 위한 우선 순위 조사', '공상 소방공무원 지원에 대한 만족도' 등을 조사 수행 항목으로 제시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연구진에게 유가족 대상자들의 정보를 주면, 유가족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 등을 진행하는 식"이라며 "조사를 통해서 유가족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바를 파악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번 조사에서는 순직 소방관 추모 문화에 관한 해외사례 연구와 최근 20년 간 현장 활동 도중 발생한 순직사고의 위험 요인을 들여다보는 연구도 진행된다.

연구 결과는 향후 유가족 대상의 지원 정책과 순직 소방관의 예우 강화 방안 등의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소방청이 순직 소방공무원에 대한 예우 문제와 유가족 지원 실태에 관해 상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순직 소방관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이들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자는 데 전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조사를 실시한 계기가 됐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9일 소방의 날 행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남화영 소방청장에게 "순직 소방관 유가족 지원 대책을 강화하라"고 지시하면서 추진 필요성이 커졌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 가람교에서 열린 2024 안전한국훈련에서 소방관들이 차량 화재 인명 구조를 하고 있다. 2024.05.10. jhope@newsis.com
재난 현장에서 위험에 처한 시민들을 구조하다 유명을 달리하는 소방공무원은 해마다 발생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 최근 10년 간(2014년~2023년)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총 116명이다.

연도별로 ▲2014년 11명 ▲2015년 8명 ▲2016년 10명 ▲2017년 7명 ▲2018년 12명 ▲2019년 19명 ▲2020년 13명 ▲2021년 13명 ▲2022년 17명 ▲2023년 4명 등이다.

매년 11~12명 꼴로 순직하는 소방공무원이 발생하는 셈인데, 이 가운데 화재 진압·구조·구급·교육훈련 등 위험직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소방공무원만 42명에 이른다.

그 밖에 직업성 질병(암)으로 사망한 소방공무원이 24명, 자살 22명, 심뇌혈관 19명, 직무 수행 중 재해 5명 등이다.

올해 2월에도 경북 문경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대원 2명(故김수광 소방교·故박수훈 소방사)이 현장에 고립되면서 변을 당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제주도 서귀포시 감귤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키고 불을 끄다가 소방관 1명(故임성철 소방장)이 목숨을 잃었다.

순직 소방관들은 시민 안전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이지만 이들을 기리는 추모 행사는 일회성에 그치고 순직 소방공무원의 유가족에 대한 지원 수준도 다른 나라에 비해 넉넉치 않은 형편이다.

올해 소방청의 '순직소방관 예우 지원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5000만원, '순직 유가족 위문비 지원'은 5000만원에 그치며 위문비의 경우 500가구에 1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전부다.

최근 소방청이 순직 소방관에 대한 예우와 유가족 지원 내용을 담은 규정 마련에 착수하고 전 국민이 참여하는 추모 문화 행사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선직국들과 비교해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시각이 많다. 

소방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순직 소방관에 대한 추모 문화를 활성화할 방법을 강구하고, 유가족 대상의 지원을 지금보다 더욱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연구를 통해 유가족들의 니즈를 들어보려고 한다"며 "자녀에 대한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면 돈으로 장학금을 주는 게 맞는 것인지, 다른 교육기관과 연계해서 도와주는 것이 나을지 등등 여러가지 니즈들이 나오면 그걸 토대로 지원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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