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숨기려 회계 조작"…금감원, 올해만 상장사 회계비리 3건 적발

기사등록 2024/05/23 12:00:00 최종수정 2024/05/23 14:22:52

'회삿돈으로 주식' 등 회계감리 지적사례 공개

"자금·회계 담당자, 반드시 분리…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내부 직원이 회계를 조작하는 사건이 올해에만 3건이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회계감리 지적 사례를 공개하며 자금·회계 담당자를 반드시 분리하고 주기적으로 직원을 교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11건의 상장사의 횡령·배임 공시가 있었다. 지난해에는 48건, 2022년 13건, 2021년에는 36건이 공시됐다.

또 자금·회계담당 직원이 자금을 횡령하고 현금·매출채권 또는 매입채무 잔액 등을 조작해 은폐하는 회계 위반 사례도 1~4월 중 3건 있었다. 지난해 1건, 2022년 7건, 2021년에는 2건이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횟수다.

금감원이 공개한 회계감리 지적 사례에 따르면 A사 자금 담당 과장은 본인 은행 계좌로 돈을 이체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횡령액을 거래처 매입채무 지급으로 위장다. 감사인이 매입채무 금액 확인을 위해 거래처에 증빙 자료 발송을 요구했으나 A사 과장은 거래처 사정 등을 사유로 조회서 발송을 거부한 사실도 있다.

해당 과장은 재무팀에서 자금과 회계 업무를 모두 수행하면서 전표관리 등 권한도 부여받아 관련된 증빙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B사 재무팀장은 회사 명의의 증권계좌를 무단으로 개설한 뒤 회사 은행계좌 자금을 증권 계좌로 이체한 후, 이체 자금을 본인 명의의 증권계좌로 이체해 주식 매매에 유용했다.

그는 회사 증권계좌의 경우 은행계좌와 달리 회사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 연동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통제 절차가 허술한 점을 악용했다. 또 자금일보·잔고증명서를 위조해 회사가 현금을 정상 보유중인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했다.

C사 경리팀 부장은 결재 없이 회사의 명의로 무역금융차입을 실행하고 본인 계좌로 이체했다. 수입대금 결제 등을 위한 기업 단기 대출을 이용한 것인데, 이를 위해 예비용으로 보관 중인 차입신청서(인감을 날인한 상태)를 무단으로 반출해 제출했다.

3개 사건의 공통점은 직원들이 잠적하거나 자백할 때까지 회사 측에서 먼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횡령사실은 길게는 11년까지도 이어졌다. 또 횡령 직원에 대해 과거에도 부적격 비용 처리 및 유용 등으로 내부 징계를 내렸음에도 징계 처분 이후 자금·회계 담당 직무를 교체하지 않은 사실도 있었다.

금감원은 계좌 개설은 관리자 승인 후에만 개설이 가능하도록 통제 절차를 갖추고, 출금과 이체시에도 사전에 등록된 계좌에만 송금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회사 계좌에서 일정액 이상의 출금이 발생하는 경우 대표이사 또는 최고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금 담당자와 회계 담당자는 반드시 분리하고 해당 직원들의 업무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지적 사례 모두 특정 직원이 최소 5년 이상 장기간 자금 업무를 담당했다.

현금과 통장 잔고의 수시 점검, 통장·법인카드·인감 등의 분리 보관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영업 등 업무 담당 이사가 감사를 겸임하지 않도록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내부 감사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회계관리제도에 중요한 취약사항이 있는 경우 회계처리 기준 위반 조치 수준을 1단계 가중하는 등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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