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잠금 풀고 전 연인 정보 본 혐의
1심 "명백히 피해자 의사에 반한다" 유죄
2심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당행위" 무죄
"거짓말 정황 있었고 실제로 거짓말 확인"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김용중·김지선·소병진)는 지난 10일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 혐의로 기소된 A(31)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2월 남자친구 B씨의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한 후 그 안에 보관 중이던 전 여자친구의 연락처 및 동영상을 열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B씨가 이전에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줬기 때문에 비밀침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1심은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고 전 여자친구의 연락처와 동영상을 열람한 것은 명백히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행위"라며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피해자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볼만한 명백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반면, 전 여자친구의 정보가 남아있는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당시 여자친구였던 피고인에게 알려준다는 것은 경험칙상에 비춰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하더라도, 이는 다른 이성과의 접촉 여부를 불시에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둔다는 정도의 의미로 보인다"며 "피해자 모르게 휴대전화의 잠금을 해제해 모든 정보를 지득하는 것까진 용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초범이고, 이 사건 범행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피고인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지만, 그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되는 범죄에 대해 2년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항소심은 A씨의 행동이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은 "피해자가 특정 시점에 피고인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줬던 것으로 보이고,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휴대전화 내용을 보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볼 정황이 있었기에 휴대전화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실제로 거짓말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피해자의 전 여자친구의 피해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처를 확인했던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없어진다)"고 판단했다.
조만호 변호사(법무법인 지혁)는 "본 판결은 예상되는 범죄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행위 및 범죄 피해 사실의 확인을 위하여 한 행위도 일정 요건을 갖췄을 경우 정당행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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