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포린 어페어즈, 총통 낮은 지지와 여소야대 구도 분석
‘대만인은 물 차오르는 댐 아래 사는 주민’…불안 속 평안
"분쟁 미루는 것이 최선…시대에 맞는 인내심 선택" 평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대만의 정치 구도는 중국과 대만간에 갈등보다는 평화를 위한 시간을 벌어주었다’
미국 외교전문 잡지 포린 어페어즈는 20일 취임하는 민진당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맞이한 상황을 이렇게 전망했다.
독립 성향의 라이 총통 취임으로 양안 관계가 더욱 경색될 우려가 높다는 관측이 적지 않지만 여소야대 등 대만 내부 정치적인 역학 구조가 전임 차이잉원 총통 때와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1월 선거에서 라이칭더는 40%를 득표해 2위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33% 보다 7% 많았으나 또 다른 야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 26%를 포함한 두 야당 후보의 득표율 합계는 과반이다.
입법원도 국민당은 52석으로 민진당보다 1석 많았고 민중당 8석, 무소속 2석으로 여소야대다.
잡지는 ‘라이칭더의 위태로운 균형’이라는 분석에서 이런 구도가 양안 갈등이 높아져 가는 상황에는 오히려 갈등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중국은 필요하다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 수도 있는 ‘변절의 지방’으로 여기는 민감한 시기에 라이가 취임했다.
중국이 ‘화해할 수 없는 분리주의자’로 간주 독립 지향의 라이가 당선되자 양안 갈등은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직전 차이잉원 총통을 선출할 때의 2차례 득표율보다 낮았고, 입법원도 여소야대가 된 것은 대만 유권자들이 ‘독립 성향 총통’을 더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어서 중국과 더 갈등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포린 어페어즈는 분석했다.
라이칭더도 전임자들이 구축해 놓은 ‘양안 현상 유지’를 놀랄 일이 아닌 것으로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힌 점을 강조했다.
이런 선거 결과로 취임하는 라이칭더 총통은 당분간은 갈등보다는 평화를 위한 시간을 벌었다고 전망했다.
낮아진 지지율과 야당이 과반인 가운데 라이 총통의 취임식은 자신감 있는 바통 전달이라기보다 어색한 정치적 전환이 됐다고 했다.
잡지는 외국 언론에서 대만과 중국이 곧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할 때도 대만에 오는 관광객들은 너무 평온한 것을 보게 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댐 아래에서 평온하게 살기’에 비유했다.
마치 대만인들이 ‘차오르는 저수지 물을 담은 흔들리는 댐 아래에 사는 마을 주민’ 같은 불안함을 고백할 수도 있지만 몇 달 또는 몇 년 안에 압도적인 침략을 상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잡지는 시진핑 주석은 대만 문제의 진전에 대해 조급해 하고 중국은 사이버 공격, 강압적 외교, 군사력 시위, 허위 정보 캠페인 등으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대만 유권자들의 선택은 중국 공산당이 침략하려는 충동을 느낄 수 있는 헌법적 혹은 상징적 변화의 가능성을 줄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이 총통도 시 주석에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것은 너무 위험이 커서 ‘중화부흥’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잡지는 이런 때 미국 정책 입안자와 전문가들은 선동적인 수사를 줄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예를 들어, 미국이 무기 판매와 군사 훈련을 통해 양안간 비대칭 억제력을 강화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 너무 내세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평화롭고 영구적인 해결이 가능하도록 정치적 지형이 바뀌기를 바라며 분쟁 가능성이 있는 날짜를 가능한 한 미래로 연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라이 총통이 지난해 12월 TV 인터뷰에서 ‘싸우지 않고 상대의 의지를 꺾는 것이 최고’라는 손자병법을 인용한 것을 보면 라이 총통도 시대에 맞는 인내심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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