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날 초선 만찬서 당정관계 개선 시사
참석자 "윤, 당 부하라고 생각치 않는다 말해"
비윤 윤상현 "승리한 민주당이 더 먼저 변해"
[서울=뉴시스] 이승재 하지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우원식 의원을 선출하면서 '친명 독주'를 견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여당 내에서는 온건파인 우 의원이 '명심'을 등에 업은 추미애 당선인을 꺾은 변화를 두고 당황해하는 기류다. 여당이 총선 참패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달리 민주당이 먼저 중도 지지층을 위한 변화에 나선 것에 대한 우려가 깔린 거다. 앞으로 당정관계 개선 등 당 쇄신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이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있었던 국민의힘 소속 수도권과 대구·경북(TK) 지역 초선 당선인과의 만찬에서 당정관계 개선을 시사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당선인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대통령은 당을 부하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지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당에서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음에도 언제든지 뭔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주변 참모들과 분위기도 전혀 강압적이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간 당정관계에 대한 비판이 많았던 만큼 22대 국회에서는 이를 바꿔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직적 당정관계는 총선 참패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돼왔다.
실제로 총선 이후에는 당내에서 당정관계 변화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 대통령실 눈치만 볼 게 아니라 당이 이슈를 주도해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는 거다.
전날 민주당이 추 당선인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여당 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윤상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성 지지층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은 추 당선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온건한 우 의원을 선택한 민주당이 무섭다"고 적었다.
이어 "앞으로 민주당의 모든 기준은 대선 승리뿐이다. 중도층을 향한 민주당의 변화가 두렵다"며 "패배한 우리보다 승리한 민주당이 더 먼저 변하고 있다.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민주당보다 우리 국민의힘이 더 빨리 더 크게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제가 그런 얘기를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더불어추대당으로 당명 바꿀 때가 됐다. 그러면 저희들이 공격하기가 굉장히 편해진다"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은 "그런데 이렇게 되니까 공격하기도 어려워지고 저기는 그래도 최소한의 그런 양심이랄까 기개랄까 그런 게 살아 있구나"라며 "그렇다면 경쟁자인 국민의힘은 바짝 위기의식을 갖고 저기보다 더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해야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발언했다.
추 당선인의 선출을 내심 원했던 당내 분위기도 있다. 추 당선인이 국회의장에 오르면서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이 재차 불거지는 것이 정치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체급을 키워 대권주자로 나서는데 '추윤 갈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전날 초선 당선인들과 윤 대통령의 만찬 자리에서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박정훈 당선인은 이날 오전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전날 만찬에서) 야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 얘기가 많이 있었다"며 "특히, 추미애 국회의장 후보가 경선에서 진 것에 대해 얘기들이 제법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추 당선인이) 너무 독주를 하게 되고 거칠게 밀어붙이게 되면 반작용이 벌어지기 때문에 그런 차원의 얘기들(이 나왔다) 거기에 약간 농담을 섞어가면서 그런 얘기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추 전 대표가 워낙 좌충우돌하고 그런 분위기 때문에 국민들의 반감도 적지 않게 있지 않나"라며 "모르긴 몰라도 실제 국회 운영에 있어서 민주당 독주 또 이재명 독주, 민주당을 이재명당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물론, 22대 국회를 이재명 국회로 만들겠다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 훤하게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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