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2000명 수치 자체 근거는 다소 미흡"
"의사인력이 부족해진다는 점은 타당해"
다만, 정책 타당성을 직접 평가하지 않고 증원 처분 과정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명백하지 않다고 판단,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의사 인력 부족 문제가 실재하고, 정부가 꽤 오랜 기간 증원을 논의해 온 점 등을 고려한 결과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전날 교수,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입학정원 증원 처분 등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원고 신청을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결정문을 보면, 항고심 재판부는 정부가 제출한 의대정원 증원 규모 2000명에 대한 근거는 다소 미흡하기 때문에 의대생 등 신청인의 본안 소송 패소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2025학년도부터 매년 2000명을 증원해야 2031년부터 매년 2000명의 의사가 배출돼 2035년이면 합계 1만명의 의사가 배출된다는 산술적 계산에 기한 것일 뿐, 2000명이라는 수치 그 자체에 관한 직접적인 근거가 특별한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의사 인력의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비록 충분치는 않다고 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설령 2000명이라는 구체적 수치는 이 사건 증원발표 당일 처음으로 제시됐다 하더라도 의사 인력의 확충을 꾸준히 논의해 왔고, 대한의사협회는 증원 규모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0명이라는 수치 자체에 관한 근거는 다소 미흡한 것으로 보이나, 의사인력이 부족해진다는 점에 관해서는 일응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라며 "(근거가) 비록 충분치는 않다고 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고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앞서 항고심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심문기일에서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을 결정한 과학적 근거와 회의자료, 회의록 등 일체의 자료를 1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정부 측은 ▲1998년 제주의대가 신설되면서 의대 정원이 증원된 이래 26년간 정원이 늘어난 적이 없다는 점 ▲역대 정부는 지속적으로 의대정원 증원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는 점 ▲국책연구소 등 3개 연구기관에서 인구 감소, 고령화 추이, 고령의사 은퇴 등을 고려하면 2035년 약 1만명 의사 부족을 전망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진행했을 때, 의과대학들이 2025학년도에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 2030학년도에 최소 2738명 최대 3953명의 증원수요를 제시한 점 등도 함께 근거자료로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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