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평균연봉 3억?…의료계 "전공의들 임금 뺀 통계치"

기사등록 2024/05/16 11:37:30 최종수정 2024/05/16 11:38:54

의료계 "OECD국가와 연봉산출 기준 달라"

"개원의 1인 법인설립 불가 파산 위험 커"

"전공의 전체의 12%인데 연봉산출서 제외"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2월8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2.08.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과 대학별 정원 배분의 근거로 '의사 평균 연봉 3억원 돌파' 내용이 담긴 자료를 제출한 것을 두고 의료계에서 "실제 연봉과 괴리가 있다"며 '연봉 통계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16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0일 2022년 기준 의사인력 9만2570명(의원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요양기관 근무)의 평균 연봉이 3억100만 원이라는 내용이 담긴 '의사인력 임금 추이' 자료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 건강보험공단이 2022년까지의 의사 소득을 분석했다.

정부는 "의사 수급 부족으로 의사들의 임금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자료를 보면 요양기관에 소속된 의사가 2016년 7만7013명에서 2022년 9만2570명으로 늘어나는 동안 연봉은 2억800만 원에서 3억100만 원으로 6년 만에 45% 늘어났다. 전공의(연봉 6000만~7000만 원)들은 통계에서 빠졌다. 병원급 의사 소득은 2억8600만원에서 3억94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OECD 국가의 연평균 임금 산출 기준이 다소 다르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들 국가의 OECD 보수 정의를 따라 산출해 실제보다 연평균 임금이 과도하게 보고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산정을 위한 보수월액(정산반영) 기준으로 보건의료인력의 연평균 임금을 산출했다.

의협은 "우리나라에서 보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70조제3항 전단 및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33조제1항에 따라 근로의 대가로 받은 봉급, 급료, 보수, 세비, 임금, 상여, 수당이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금품으로서 퇴직금, 현상금, 번역료 및 원고료 제외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OECD국가 중 상여, 수당 등을 제외하거나 개인 사업장의 소득을 제외하는 국가가 있어 우리나라는 OECD국가보다 봉직의 평균 연봉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호주의 경우 보건의료인력 연평균 임금에 전공의 보수가 포함돼 있어 실제 보수보다 낮게 보고되고 있다. 칠레, 덴마크, 그리스, 헝가리, 아이슬랜드, 아일랜드, 노르웨이, 슬로바키아 공화국, 영국은 본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의 수입은 연평균 임금 산출 과정에서 제외된다.

일본의 경우 개원의의 보수 상당액 외에 개업 자금을 '비용'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연평균 임금이 우리나라보다 낮거나 비슷하게 산출된다. 개업 비용에는 클리닉 건축을 위해 빌린 빚의 상환, 진료소 노후화에 대비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위한 준비금, 병이나 부상으로 휴업했을 경우 소득 보상을 위한 비용, 노후를 위한 퇴직금 상당의 적립이 포함된다.

의료계는 정부가 제출한 자료상 의원급(동네 병의원)의 연봉이 2억1400만원에서 3억4500만원으로 연평균 8.3%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착시 효과"라고 주장했다.

급여가 지급되는 직원을 둔 동네 병의원 의사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38조 제3항에 따라 병의원을 경영해 이익이 나면 소득금액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되지만,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소득금액이 직원 중 급여를 가장 많이 받는 직원의 급여보다 낮은 경우 해당 직원의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의협은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이용한 것은 자영업자인 개원의가 4대 보험 납부 후 확정된 소득금액이 해당 의원에서 월급을 받는 의사(봉직의) 보다 낮더라도 관련 법에 따라 봉직의의 보수월액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해 실제 소득보다 평균 연봉이 높게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서 의사, 특히 개원의는 의료법상 1인 이상이 되어도 법인을 만들 수 없도록 돼 있어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야하는 구조"라면서 "연봉을 비교할 때 파산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우리나라 직업군 중 의사의 파산 비율이 회사대표 다음으로 높다는 통계도 있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교수는 지난 14일 한 포럼에 참석해 "최근 통계를 보면 직업별 개인회생 신청 비율이 회사대표는 19.7%, 의사는 18.1%, 개인사업자 13.7%, 한의사 11.4%, 치과의사 9.8%였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의사 1명이라 할지라도 의료법인(전체 의료법인의 약 80%)을 세워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파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의사 연평균 연봉을 산출할 때 전공의를 제외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전공의의 임금을 포함해야 의사의 연평균 연봉이 정확히 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KOSIS(국가 통계 포털)에서 전공의 규모를 확인해 보면 2020년도 기준으로 전체 9만9492명중 1만2053명으로 약 12%를 차지해 통계적으로 무시할 수 없다"면서 "또 2020년 기준 레지던트의 연평균 임금은 전문의의 30.8%이며 인턴의 연평균 임금은 일반의의 29.8%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전공의 임금은 포함되지 않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등의 임금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과 대학별 정원 배분의 근거로 의사 연봉 자료를 낸 것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의사의 연봉을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결국 의사들 연봉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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