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는 아이프미술경영과 함께 미술계에서 대표적인 불교 신자로 알려진 오원배(71)화백의 '드로잉 특별전'을 펼친다. 부처님오신날 15일부터 6월22일까지 열린다.
오원배 화백은 ‘인간 실존’에 대한 테마를 장엄하고 독창적인 조형어법으로 발표해온, 한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다.
동국대 교수 시절 방학 기간이면 조용한 사찰에 머물며 수행과 드로잉 작업을 했던 그의 작품은 강화도의 대표 사찰인 전등사에 소장되어 있다. 전등사 무설전의 주불(主佛) 뒤 후불탱화 대신 자리한 후불벽화가 오 화백의 작품이다.
마치 반달 형태로 석굴암 감실의 원형을 닮은 듯한 후불벽화는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린 것이다. 30대 전후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프레스코 기법을 천착해 꾸준히 회화 작업에 접목해왔다. 현존하는 최고의 사찰 벽에 최초로 프레스코 기법을 적용한 후불벽화의 탄생은 오원배 작가의 불교에 대한 신념과 정진의 결과다.
“드로잉은 살아있는 생물이며 스스로 증식한다. 드로잉은 상상의 기록이다. 드로잉은 비현실을 현실화하는 일체의 과정을 기록하는 행위이다. 드로잉은 모호함에 대한 확신을 갖게하는 과정이며 상상을 자극하고 구체화한다. 드로잉은 사유와 상상이라는 살을 뼈에 바르는 행위이다.” (오원배)
이번 ‘오원배 드로잉 초대전은 '기록, 우연과 의도 사이’를 타이틀로 30여 점의 드로잉과 특별히 제작된 대형 회화 2점을 선보인다.
드로잉 작품은 치열한 작가적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다. 화면의 바탕에 올려진 재료들은 본래 재질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없다. 나름의 방식으로 혼용해 자신만의 특별한 질감과 밀도감을 얻어낸 장인정신이 돋보인다.
서울대 명예교수 정영목 미술평론가는 “오원배의 기법은 우리 현대미술사에 기록할 정도의 탁월한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며 "‘드로잉은 화가가 발견한 어떤 사건-그것을 보았거나, 아니면 기억과 상상을 통해서-의 자전적 기록이기도 하다’는 존 버거(John Berger)의 말에 덧붙여 오원배의 드로잉은 ‘촉각적인 자전적 기록’이라 부르기를 원한다"고 전시 서문에 썼다.
오원배 드로잉은 그의 작가적 관점과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유와 상상을 자극해낸 기록’은 세상의 다양한 표정을 읽어내게 한다. 즉흥성과 조형성, 여백미를 빚어낸 손맛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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