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미국 측 제안에 정통한 복수 소식통 인용해 보도
"美, 하마스 은신처·땅굴 정보로 이스라엘 변화 유도"
"라파 진입 않으면 대피소 제공…생필품 공급 돕겠다"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민감정보를 주는 대가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지상 작전을 막으려 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매체는 미국 측 제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가 이스라엘방위군(IDF)이 라파 진입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도자 거처와 비밀 땅굴 정보 등 민감정보를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천막 도시를 건설할 수 있도록 대피소 수천 개를 제공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제공할 식량, 물, 의약품 공급 체계 건설을 돕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이 같은 제안은 이스라엘 정부가 라파에 더 제한적인 표적 중심의 소규모 작전만 수행하게 하도록 미국 측이 꺼낸 유인책이다. 미국 측은 비공식 채널을 통해 지난 몇 주 동안 이 같은 메시지를 이스라엘에 계속해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료는 하마스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는 이스라엘이 라파에 대규모 지상 작전을 감행하면 호재로 여길 것이라고 봤다. 신와르가 라파에서 막대한 민간 피해가 발생하면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볼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파 지상 작전 강행을 거론하며 위협하고 있다.
지난 8일 바이든 대통령은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산 무기로 가자의 무고한 민간인이 사망한 사실을 처음 인정하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대규모 지상 침공을 강행하면 공격용 무기 선적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손톱 만으로라도 싸우겠다"면서도 "우린 의견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 작전이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피란민을 포함해 인파 150만여 명이 몰린 이 지역에 지상 작전을 강행하면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라파에 11일 추가 대피령을 내렸다. 같은 날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지난 6일 라파 대피령을 내린 뒤 인파 30만 명이 라파를 떠났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비롯한 미국 행정부는 라파 주민을 안전하게 이주시키려면 몇 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몇 개월씩이나 걸릴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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