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뉴시스]정재익 기자 = 소방관 2명이 순직한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난 가운데 지역 시민단체가 '건축자재 품질인정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든 법원을 규탄했다.

사단법인 대구경북녹색연합은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토교통부는 건축법과 건축자재 등 품질인정 및 관리 기준에 부적합 판정이 다수 적발된 조합에 대해 표준모델 인정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면 업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함에 따라 공공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취소 처분에 대한 정지를 판결했다"고 비판했다.

건축자재 표준모델 품질인정제도는 대형 화재를 계기로 건축자재의 성능 및 품질관리 기준을 강화한 제도다. 건축 구성 재료의 성능·밀도와 시공 방법 등을 표준화한다.

이 제도는 같은 재료와 공정으로 제품을 생산해 동일한 성능의 제품이 나오게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조합에 가입한 회사들이 다른 재료와 공정으로 불량제품을 생산·유통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단체는 "표준모델 인정이 취소된 조합의 회원사들은 표준모델 인정이 유효한 조합에 가입하거나 개별 인정을 받으면 된다"며 "화재에 취약한 불량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기업에 법원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화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정을 지킬 수 있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 문경 화재로 숨진 소방관 두 분의 순직을 헛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월31일 오후 7시47분께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한 육가공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수색에 나섰던 2명의 구조대원이 건물 속에 갇혀 끝내 숨졌다.

합동 조사 결과 공장 건물의 샌드위치 패널 구조가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됐다. 샌드위치 패널은 불이 옮겨붙을 때 연소가 급격히 확산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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