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사적 신상 공개는 정당화 할 수 없어"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이른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의대생' 신상 공개 여부를 두고 여론이 뜨겁다.
경찰 측에선 2차 가해 등을 우려해 신상 공개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일각에선 왜 공개하지 않는 것이냐며 '신상 털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7일 피의자 최씨가 긴급 체포됐다는 소식과 함께 '서울 명문대에 다니는 의대생' '수능 만점' 등의 보도가 이어지자 A씨의 신상 정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졌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피의자로 추정되는 A씨의 실명, 출신지, 학교는 물론 SNS 아이디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A씨가 인터뷰했다는 글이나 영상, 학습 관련 멘토링을 했다는 글까지 과거 이력이 줄을 이었다.
이로 인해 피의자 부모로 추정되는 이들의 얼굴과 피해자의 사진이 퍼지는 등 '2차 가해'로 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8일에는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피의자인 A의 신상이 올라와 '사적 제재' 논란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경찰은 10일 피해자에 대한 정보까지 유출될 수 있다는 유족의 우려를 고려해 피의자 A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신상 털기' 현상은 현재진행형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러한 디지털 교도소가 등장하거나 '신상 털기' 현상이 발생한 데 대해 "우리 사회에 '복수주의' 관념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고 평했다.
공 교수는 온라인 상에서 '신상 털기'가 불붙는 현상을 경계했다. 그는 "온라인을 통해 심각한 정도로 정보가 유출되고 있다"며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신상을 공개하는 건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모두의 신상이 보호돼야 하고, 법률적인 판단에 의해서 신상을 공개하는 게 아니라면 개인 신상을 공개하는 행위는 자체는 불법이기 때문에 정당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국과 같은 해외 사례를 근거로 신상 공개를 하자는 주장에 대한 변을 밝혔다.
그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며 "미국 일부 주는 피의자라 하더라도 신상 공개를 하지만 (특유의) 개인주의 문화가 있기에 낙인 효과가 크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문화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피의자의 신상 공개는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 한해 이뤄진다.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2010년 4월부터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일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것의 요건을 충족할 때 심의를 거쳐 피의자의 얼굴·이름·성별·나이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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