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선정 때 자산·직업 심사…드라마 속 얘기가 현실로"

기사등록 2024/05/08 17:40:16 최종수정 2024/05/08 20:28:52

골든트리개발-펜디 까사 논현동에 '명품 주택'

돈 있어도 자산·직업 심사 통과해야 입주 가능

29세대로 입주민 선정 재량권…불법은 아냐

[서울=뉴시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들어설 '포도 프라이빗 레지던스 서울-인테리어 바이 펜디 까사 언베일링 엑셀런스' 조감도. (사진=골든트리개발 제공) 2024.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명품 브랜드 펜디가 인테리어를 맡는 초고가 복합주택이 지어진다. '명품 주택'을 표방해 입주자도 직업군과 자산 규모 등을 심사·선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 골든트리개발은 최근 런칭쇼를 열고 펜디의 인테리어 브랜드 '펜디 까사'와 함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하이엔드 주상복합 주거시설 '포도 프라이빗 레지던스 서울-인테리어 바이 펜디 까사 언베어링 엑셀런스'를 짓는다고 밝혔다.

이 주택은 학동역 건설회관 맞은편 부지에 지어질 예정이며 지하 7층, 지상 20층 규모다. 아파트 29가구(248㎡)와 오피스텔 6호실(281㎡),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오는 9월 착공 예정이며 공사 기간은 약 4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설계는 유명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맡았다. 이화여대 ECC 건물과 여수 복합문화예술공연장 여울나루 등의 건축 설계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골든트리개발은 워커힐 포도빌과 한남 포도빌, 강남 포도 더 블랙 오피스텔 등 고급주택을 주로 건설해온 업체다.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워커힐 포도빌은 현빈-손예진 부부와 배우 오연서 등 여러 연예인이 거주해 화제가 됐다. 서울 옥수동 한남 포도빌도 화사 등이 거주하고 있다. 오피스텔인 포도 더 블랙은 입주민 대상 버틀러서비스, 골프장 예약, 고급차 브랜드 픽업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하이엔드 주택을 표방한다.

주택 전 세대에는 펜디 까사의 인테리어가 적용되고 브랜드 가구와 카펫, 식기 등이 구비된다. 고객 요구를 반영한 맞춤 인테리어도 제공하기로 했다.

펜디 까사는 미국 마이애미, 스페인 마벨라, 파나마 산타마리아, 체코 프라하 등지에서 레지던스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국내가 7번째다. 아시아에서는 첫 프로젝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마이애미의 펜디 샤또 레지던스(Fendi Chateau Residences)의 경우 올해 381㎡ 규모의 주택이 1510만 달러(한화 206억원 상당)에 거래됐다. 스페인 마벨라의 에픽 마벨라(Epic Marbella)빌라는 275만~595만유로(한화 40억~87억원 상당)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내에 짓는 주택의 경우 오피스텔과 아파트 모두 분양가가 200억~300억원대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이목을 끄는 대목은 입주민 선정 과정이다. 분양 대금만 있다고 해서 입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등의 초호화 주택처럼 펜디 까사 본사가 직접 고객 직업군과 자산 규모 등을 확인해 입주가 가능한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30세대 이상 아파트를 분양할 때에는 청약 등의 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입주자를 선정해야 한다. 골든트리개발이 짓는 주택은 29세대로 사업계획 승인이 아니라 입주자 선정에 재량권이 있다.

다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시선이 곱지 않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이나 '펜트하우스'의 현실판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X(구 트위터) 한 이용자는 "자산으로 만들어지는 계급 사회의 상징적 존재 아니냐"며 "정부 차원에서 주거지는 특정 상류층만 받을 수 없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다른 이는 "'21세기 대한민국에 계급제가 살아날 징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갑질 아니냐', '아파트 이름이 너무 길고 기괴하다', '가진 재산으로 누리겠다는 게 뭐가 문제냐', '부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 궁금하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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