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경쟁②]이제 '패권' 아닌 '경제'…우주산업 눈독들이는 이유

기사등록 2024/05/05 09:30:00 최종수정 2024/05/05 09:42:52

전세계 우주항공 시장, 2032년 924조원 규모 육박 전망

NASA 지원 받으며 성장한 스페이스X…이제 우주 수송 주도

中·日, 민간 우주 육성에 수조원 쏟아…韓도 우주청 시동 기대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우리나라 첫 달궤도선 다누리가 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팰컨 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사진=SpaceX 제공) 2022.08.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우주가 블루오션 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초창기 우주 개발 경쟁이 우리 조국이나 이념·체제의 우월함을 내세우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는 주요 산업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달과 화성 등 우주로부터의 희귀광물 채취와 우주여행 상품 등은 먼 얘기더라도 당장 발사대행 사업부터 소형 위성서비스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위성영상분석 서비스, 우주인터넷 등과 같은 우주 비즈니스 모델들이 싹을 내리고 있다. 이른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장이 활짝 열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스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전세계 우주항공 시장 규모는 약 3215억 달러 규모(약 438조원)로, 2032년에는 약 6782억 달러(약 924조원)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뉴스페이스 시대로 눈을 돌리는 것은 이제 지구 상에서는 과거와 같은 세상을 바꾸거나 경제 수준을 급격하게 끌어올릴 혁신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신성장동력을 경쟁국보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 우주 진출에 분주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뉴스페이스의 상징된 스페이스X…공공·민간 우주 수송 전담하는 '팰컨'

우주항공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은 뉴스페이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국가 기관들도 로켓 발사나 위성 탑재체 개발 등을 기업에 맡기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의 대형발사체 '팰컨9'이 대표 주자다. 최근 NASA가 수행한 주요 우주임무 중에서도 팰컨9을 활용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인류 최초의 소행성 충돌 우주방위 임무였던 'DART(쌍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 프로젝트'의 무인 우주선이나 '외계행성 탐사 위성(TESS)' 등이 팰컨9을 타고 우주로 향했다. 미국 우주군의 극비 우주선 'X-37B'도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미국 뿐만 아니라 해외 다른 국가들도 우주 임무 수행을 위해 스페이스X의 로켓을 애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가 팰컨9를 타고 달로 향했다.
미국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오디세우스' 달 착륙선이 보내온 지구의 모습. (사진=인튜이티브 머신스 X) *재판매 및 DB 금지

스페이스X는 자체 우주 통신 사업인 '스타링크' 등에 더해 이같은 일종의 발사 외주까지 도맡으면서 거의 2~3일에 한번 꼴로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글로벌 통계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스페이스X는 98회의 발사를 진행했는데, 올해에는 총 148회의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팰컨9 43회, 스타십 1회 등 44회의 발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외에도 '일렉트론' 로켓을 상업용으로 활용 중인 로켓랩, 스페이스X처럼 발사체 재활용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아마존의 블루 오리진 등도 대표적이다.

이처럼 가장 대표적인 발사체 사업 외에도 스페이스X '스타십' 등 우주여객 산업도 첫 단추를 끼워나가고 있고, 기존의 거대한 위성 대신 초소형 큐브위성 여러 대를 띄워 군집 형태로 운용하는 기술도 새롭게 등장해 위성 산업의 체질을 바꿔나가고 있다. 우주경제 시대에 맞게 더 저렴한 비용으로 대형 위성과 비슷하거나 더 좋은 관측 성과를 낼 수 있는 식이다.

또한 우주 개발의 패러다임이 정치·패권의 개념에서 경제로 넘어가면서 철저한 안보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위성 관측 데이터들도 수출입의 대상이 되는 등 새로운 산업 영역을 창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타링크로 대표되는 우주위성통신, 지구 주변을 둘러싼 폐기 위성 등 우주 쓰레기 청소 등도 미래 먹거리가 될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간 우주굴기도 꾀하는 中…日도 향후 10년간 민간 우주 분야에 9조원 쏟는다

민간기업이 우주 개발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진짜'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이한 것은 아직까지 미국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국, 일본, 유럽 등 여타 우주강국들도 아직은 국가 기관이 우주 개발을 이끄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도 전통적인 올드스페이스 시대와 뉴스페이스 시대의 중간 단계인 '미드스페이스' 시대에는 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주굴기를 외치는 중국의 경우 올해 중국 최초의 상업용 우주선 발사장을 가동하는 등 민간의 역량도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의 액체메탄 연료 로켓 발사에 성공한 중국 우주기업 랜드스페이스는 올해와 내년 두자릿수 이상의 로켓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또다른 중국 우주업체인 스페이스파이오니어도 올해 팰컨9급 재활용 대형 로켓의 시험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스타링크와 같이 우주산업의 핵심인 위성통신 계획도 수립 중이다. 중국은 향후 4년 내 1000개 이상의 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도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앞장서서 민간 우주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부터 향후 10년 간 1조엔(약 9조원) 규모의 우주전략기금을 조성해 민간기업 및 대학 등의 기술 개발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NASA의 지원으로 스페이스X가 성장하게 됐듯 일본도 JAXA가 일본판 스페이스X를 키워낸다는 목표다.

이처럼 JAXA가 직접 나서는 것 외에도 일본의 우주 스타트업들은 우주 쓰레기 청소 등 특수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일본 우주 스타트업 아스트로스케일은 우주 쓰레기 촬영 위성을 지난 2월 쏘아올린 뒤 4월 우주 공간의 로켓 잔해를 세계 최초로 근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아스트로스케일은 로켓 잔해에 더 접근해 손상 상태 등을 정밀 관측하고, 향후 이같은 우주 쓰레기를 회수해 제거하는 위성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우주 스타트업 아스트로스케일이 세계 최초로 근접 촬영에 성공한 우주 쓰레기의 모습. (사진=아스트로스케일)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민간 우주산업이 커나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우주항공산업의 수준은 어느 수준일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2023 우주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는 2022년 우리나라 기업체의 우주분야 매출이 2조9518억원 수준이라고 집계한 바 있다. 같은 해 전세계 우주항공 시장 규모가 수백조원 규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미흡한 수준인 셈이다.

그만큼 당장 이번달 문을 여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항공 전담기관인 우주항공청(KASA)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우리나라의 우주항공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특히 민간 우주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등 힘을 실어주는 것에 초점을 둘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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