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중수사 어떻게 받아들이나"
14일 거부권 행사 유력…문제는 여론
유권자 67%가 특검법에 "찬성한다"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오는 14일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취임 중 역대 최다 거부권 행사라는 불명예를 안더라도 이번 특검법을 공포할 순 없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3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채상병특검법을 단독 통과한 건)철저히 정치적인 결정인데 어떻게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겠냐"며 불편한 심경을 표했다.
◆"이중수사 어떻게 받아들이나"…한켠엔 민주당 향한 배신감
대통령실의 거부권 행사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중 수사로 인한 사법 절차 붕괴, 두 번째는 민주당의 입법 강행 저지 등이다.
먼저 대통령실은 채상병특검법이 이중 수사로 귀결된다며 유감을 표했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사법 절차에 상당히 어긋나는 입법 폭거"라며 "지금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이 절차가 끝나는 것을 기다려야 합법적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을 초월해서, 여야 합의도 없고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덜커덕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 강행을 막을 수 있는 건 대통령 뿐이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정진석 비서실장은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며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를 "입법 폭주"라고 부르며 "채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협치 첫 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이 입법 폭주를 강행한 것은 여야가 힘을 합쳐 민생을 챙기라는 총선 민의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동시에 민주당을 향한 실망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과의 회동, 이태원특별법 합의 처리 등으로 신뢰가 쌓였다고 믿은 관계에 다시 균열이 생겼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법안 상정과 곧바로 이어진 처리를 놓고 내부에서는 참모들 사이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실제 2일 오전까지 대통령실 참모들은 오는 22일 채상병특검법이 상정될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14일 거부권 행사 유력…문제는 여론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특검법은 행정 절차상 내주 금요일(10) 정부로 이송될 전망이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오는 14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만약 윤 대통령이 채상병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취임 후 여섯 번째 거부권 행사가 된다.
거부권 행사의 가장 큰 난관은 여론이다. 엠브레인리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채상병 특검법 찬성 의견은 67%로 반대 의견(19%)의 3배가 넘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윤 대통령은 이같은 여론을 고려해 거부권 행사 전 여론을 청취하고 자신의 입장을 직접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직접 채상병특검법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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