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아산병원도 휴진…환자들 "의사도 좀 쉬어야지"[현장]

기사등록 2024/05/03 13:28:57 최종수정 2024/05/03 13:48:54

전공의 휴직 길어지며 교수들 '번아웃'

빅5 병원들 연이어 '주 1회 휴진' 선언

정부 "전면 진료중단 등 큰 혼란 없을 것"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휴진 단체행동에 나선 의사들이 3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대 증원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시위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5.03.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남희 이태성 오정우 기자 =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이 과로를 호소하며 3일 휴진에 동참했다. 환자들은 진료 차질을 우려하면서도 의료 현장을 지켜온 교수들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점엔 공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 중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이 이날 하루 휴진(응급·중증환자 진료는 제외)한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주 1회 휴진을 결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의료 공백이 지속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진료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교수들은 이날 오전 병원 앞에서 '의대 증원 중단'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정책을 반대합니다'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등의 피켓을 들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휴진 단체행동에 나선 의사들이 3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대 증원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4.05.03. kgb@newsis.com
최창민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까지 주 100시간씩 당직하면서 진료를 유지했지만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중증이나 응급환자 중심으로 진료하려면 주 1회 휴진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날 뉴시스가 아산병원과 성모병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교수 휴진에 대해 한 목소리로 걱정을 나타냈다.

항암치료 중인 홍순경(64)씨는 "2주마다 병원에 와서 예방 차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치료가 미뤄질까 걱정된다"며 "국민들이 볼 때는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렇게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간담췌외과에 방문한 김모(69)씨도 "힘들어서 휴진할 정도면 의사를 증원해야지"라며 "우리 같은 위험한 환자는 갑자기 교수님이 바뀌거나 진료 일정이 바뀌면 절망적이다. 시위하는 사람들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휴진 단체행동에 나선 의사들이 3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대 증원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마친 후 의료대란 해법 모색을 위한 세미나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05.03. kgb@newsis.com
아버지의 호스피스 병동을 찾은 김모(48)씨는 "환자들이 자기 상태를 궁금해하는데 교수들이 휴진하면 회진을 못 돌게 되고, 환자들을 못 만나니 그런 게 불편할 것"이라며 "저희 아버지도 다른 병원에서 의사가 없어 안 받아주다 여기로 왔다. 정부와 의사들의 입장 차 때문에 국민들이 너무 많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두 달 넘게 이어진 전공의 집단 휴직에도 병원을 지킨 교수들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성모병원을 방문한 유요숙(78)씨는 "나는 암 환자라 진료를 못 받으면 어떡하나 걱정된다"며 "하지만 교수님들이 힘들어서 쉰다는데 '쉬지 말고 진료 보라'고 하기도 어렵다. 이해는 하지만 당장 아파서 병원에 왔다가 진료를 못 받으면 답답하고 참 어렵다"고 했다.

아버지의 CT 촬영을 위해 병원을 찾은 이상현(43)씨는 "당연히 교수님들도 사람이니까 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전공의 휴직으로 인력난이 심한데 그 분들도 좀 쉬면서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휴진 단체행동에 나선 의사들이 3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대 증원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마친 후 의료대란 해법 모색을 위한 세미나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05.03. kgb@newsis.com
병원 식당에서 근무하는 박명희(58)씨는 "이 병원에서 20년을 근무했지만 이건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지금 남아있는 간호사와 의사들이 씻지도 못하고 너무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검사 차 병원을 찾은 조윤기(76)씨는 "의사들이 국민 생명을 담보로 파업하는 건 잘못이지만 그 이전에 정부 잘못이 더 크다고 본다. 의대 증원은 필요하지만 의사협회나 관계자와 상의해서 순차적으로 늘려야 했다"며 "아직 진료가 지연돼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전공의가 자리를 비운 수련병원들은 연이어 진료일을 줄여나가는 상황이다.

앞서 '빅5' 병원 중 3곳(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병원)과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 등 고려대의료원 소속 일부 교수들은 지난달 30일 개별적으로 하루 휴진했다.

정부는 당장 큰 혼란이 빚어지진 않았다며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일부 의대 교수들이 이날 휴진 의사를 밝혔지만, 전면적 진료 중단 등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victory@newsis.com, friend@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