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401명 줄일 때 사립대 90명 감축
국립·사립대 의대 정원 격차 최대 2.34배
"국립·지역 중심 확대 목표, 차질 있을 것"
일각선 "비용 줄이려는 것 아니냐" 의혹도
3일 정부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은 아직 입학정원을 제출하지 않은 차의과대를 제외하고 4487명이다. 당초 정부는 내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2000명 늘려 5058명을 모집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일부 의료계에서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의료 공백이 발생하자 국립대 총장들이 정원 조정을 건의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2025학년도에 한해 학교별 증원분의 50~100% 내에서 자율 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10개 국립대 의대는 당초 정원 1767명에서 1366명으로 401명을 줄였고 사립대는 3211명에서 3121명으로 90명 감원했다.
감원 인원만 보면 국립대 의대가 401명으로, 사립대 의대 90명보다 4배 이상 많다.
총 정원을 보면 국립대는 1366명, 사립대는 3121명으로 2.28배 차이가 난다. 여기에 아직 조정된 정원을 제출하지 않은 차의과대 정원 80명을 모두 더하면 사립대 의대 정원은 3201명으로 국립대와 2.34배로 격차가 벌어진다. 정원을 조정하기 전 사립대와 국립대 정원 격차는 1.86배에 불과했다.
문제는 당초 지역완결형 의료 체계 확립을 위해 지역거점국립대 위주 의대와 병원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데 있다.
정부는 의대 증원과 대학별 배분 과정에서 3대 핵심 배정 기준을 마련했는데, 그 중 하나가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지역거점국립대학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난 3월20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대 증원 배분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역거점국립대학 병원이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지역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비수도권 정원 인원을 최대한 활용해 총 정원이 200명까지 되도록 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자리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의료개혁 4대 과제 중 하나로 국립대병원을 필수의료 중추로 육성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국립대병원 전임교원을 1000명 규모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중증환자 치료 격차도 나타나는데, 입원 환자 사망비는 서울이 0.93명인데 충북 1.31명, 경북 1.25명, 울산 1.17명, 경남 1.16명 등으로 비교적 높다. 중증·응급 환자 중 하나인 뇌혈관질환 사망비 역시 서울이 0.95명일 때 충북 1.29명, 강원 1.19명, 경북과 충남 각각 1.17명 등으로 서울과 격차를 보였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역 의대를 강화하기로 했는데, 복지부에 따르면 지역인재전형으로 해당 지역 출신 학생이 지역에서 교육과 수련을 받을 경우 해당 지역에 남을 확률이 82%를 넘는다.
그러나 국립대 위주로 정원이 대폭 줄어들면서 당초 정부 정책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국장은 "당초 정부가 국립대 중심으로 지역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던 만큼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상당 부분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한 국립대 정원을 줄여 비용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국공립대는 다 지방에 의대와 병원이 있지만 사립대는 수도권에 병원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처럼 국립대는 대폭 줄이고 사립대가 조금 줄이면 비율적으로 수도권에 정원이 더 배치가 되는 셈"이라며, "이 정도 조정으로 전공의나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정부도 알텐데 국립대 정원이 400명이나 줄어든 건 투입해야 할 재정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의대 교육 문제에 대한 여러 비판들이 있었고, 그 다음 연도(2026학년도)에는 다시 2000명 증원으로 갈 수 있으니까 그런 차원에서 약간의 조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