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부터 11월까지 학생·보호자 등 총 120명 인성교육 진행
프로그램 참여 이후에도 지속적인 상담 및 학습클리닉 지원
[이천=뉴시스] 박종대 기자 = 30일 오후 2시 30분께, 경기 이천시 부발읍에 위치한 '허그(Hug) 공유학교' 운동장.
교정 안으로 정문을 통해 들어오면 학교 주변으로 농가에서 경작 중인 논과 밭이 눈에 띄었다.
학교 건물은 운동장 맞은편에 형성돼 있는 오르막 언덕에 들어서 있다. 이곳은 당초 부발초등학교 백록분교로 쓰였으나 도농지역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2017년 폐교했다.
도교육청은 이를 리모델링을 거쳐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 보장에 어려움을 주는 학생들이 인성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른바 '금쪽이'로 불리는 학생들은 이곳에서 개인 및 가족상담 등 학생을 진단하는 과정을 거쳐 자기극복 프로그램, 심성훈련 등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지상 1층짜리 단층으로 새롭게 꾸며진 학교 건물 곳곳에는 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는 요리실과 체육실, 공연장 등 특색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도교육청은 자칫 학생과 학부모가 기존 교실에서 떨어져 분리교육을 받는 데 부정적 인식을 받지 않도록 섬세하게 배려하는 차원에서 교명에 '끌어안다'는 뜻을 지닌 영어식 표현인 '허그'(Hug)를 붙였다.
도교육청은 오는 5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둘째주에 초등학교 4학년에서 6학년까지 보호자를 동반한 학생들이 함께 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매달 학생 10명, 학부모 10명씩 총 120명이다.
운영대상은 학교 부적응으로 인한 정서 지원과 학습 진단 및 클리닉을 학생과 보호자가 요청하거나 상담 진단 및 학습클리닉 등 지속적인 지원이 시급한 초등학생이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및 교권보호위원회 사안이 처리 중인 학생은 제외된다.
만일 선발되는 학생과 보호자는 4일간 공유학교에서 ▲자기 및 타인이해 ▲자아탐색 ▲타인존중 및 자기극복 ▲관계형성 ▲학습클리닉을 주제로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가장 이목을 끄는 점은 학생과 보호자가 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도 인성교육 효과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상담을 지원해준다는 점이다.
이같은 차원에서 공유학교에서는 심리상담을 비롯한 등교 첫째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미술과 음악, 체육, 명상, 전통예절 등 다양한 분야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명상치유에서는 '관계에서 불편했던 마음버리기', '긍정의 나 브랜드만들기'처럼 금쪽이 학생이 건강한 자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요리수업에서는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스스로 먹고 보고 싶은 식단을 직접 짜보고 이를 만들어보는 참여형 수업이 이뤄진다.
공유학교에 출석하는 동안 수업 결손을 막기 위해 1대 1 맞춤형 학습도 매일 병행된다. 개별 학생의 학습 수준을 진단하고 필요한 내용을 지도해준다. 학교로 복귀한 이후에도 꾸준히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오후 허그공유학교에서 정책브리핑을 열고 오는 5월부터 개교할 학교 내부를 일일이 둘러보며 시설을 점검했다.
다만 해당 공유학교에서 이같은 교육을 받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현행법상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향후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도교육청은 불가피하게 분리교육이 필요한 학생의 경우 보호자와 함께 공유학교에서 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경기도교육청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 조례안은 기존 시행 중이던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경기도교육청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를 통합한 형태로 수립된다.
특히 그동안 해당 조례에서 학생 인권과 교권만 강조되며 그 적용대상에 빠져있던 학생의 보호자가 포함됐다.
이로써 해당 조례가 제정되면 향후 학교구성원 모두가 자율성에 기반해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는 것이 아닌 그에 따르는 책임까지 이행할 수 있도록 학교현장의 분위기를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교육청은 이를 위해 지난 1월부터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위원 및 현직 교사, 도교육청 업무 담당자 등 총 13명 규모로 조례 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현재까지 총 4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도교육청은 오는 6월 도의회 정례회에서 조례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통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임 교육감은 "학교 안에서 교육활동을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 공유학교에서 분리교육을 운영해 공교육 시스템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에 문을 여는 허그학교가 경기공유학교의 좋은 모델로, 다른 지역에서 참고할 만한 시범학교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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