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은 중앙행정기관 유사 명칭…결국 '원'으로
시의회, 공공기관 효율화 기조와 충돌 지적
조례 제정 전 예산 편성도 난색…"정상적 절차 밟아야"
부산시는 앞서 지난 23일 제320차 임시회 기획재경위원회 금융창업정책관 '2024년도 창업벤처분야 출자·출연 계획안' 설명에서 부산창업청이 부산기술창업투자원으로 변경됨을 알렸다.
김성조 금융창업정책관은 "행정안전부에서 출연기관 설립기준에 따라 중앙행정기관 유사 명칭인 '청' 사용을 지양하라고 권고하고 기관 설립 목적인 '기술 창업'과 '투자생태계' 활성화를 기관명에 표시하기 위해 '부산기술창업투자원'으로 변경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기획재경위 위원들은 반발했다. 배영숙 부산시의원(국민의힘, 부산진구4)은 "지속적으로 부산시의회가 '부산창업청'이 가능하냐고 물었는데, 시는 지속해서 가능하다고 했는데, 부산기술창업투자원으로 변경하면 굳이 새롭게 출연 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었느냐"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공공기관 효율화를 통해 25개의 출자·출연 기관을 21개로 축소하고 기능을 조정했다.
배 의원은 이는 부산시의 공공기관 효율화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시의회에서는 지속적으로 스타트업·벤처 기술 및 투자 관련 기능을 모아서 별도의 출연기관 보다는 부산경제진흥원 등에 모으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며 "시에서는 투자청을 행안부로부터 승인받을 수 있다고 했기에 의회는 기다렸지만, 결국 돌고 돌아 행정력도 낭비하고 시간도 낭비해서 새롭게 출연기관을 만드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정책관은 "부산시의 창업 기능이 여러 출자·출연 기관으로 흩어져 있는 것을 모으고 핵심인 기술창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새롭게 부산창업청을 만들기로 했다"며 "청에서 원으로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기능에 있어서는 다른 점이 없다"고 강조했다.
성창용(국민의힘, 사하구3), 반선호(더불어민주당, 비례) 시의원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키스텝)의 타당성 검토 결과 설립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오면, 부산시가 어떻게 대응을 할지 물었다.
성 의원은 "행안부가 청에서 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라고 한 만큼, 보수적인 시각으로 봐야한다"며 "만약 키스텝이 투자원 설립에 부정적이라고 표현한다면 부산시의 대안이 있느냐"고물었다.
김 정책관은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 수정을 하면 승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 의원은 "시정의 방향이 너무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인 것 같다"며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정책관은 2024년도 창업벤처분야 출자·출연 계획에 의거 출연금 10억원, 부산 유니콘 스타트업 개인투자조합 1억원 등 제2024년도 부산시 제1회 추가경정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배 의원은 "출연기관에 대한 조례 미제정 상태에서 출연기관 설립 전 출연계획 수립과 출연금 편성 가능여부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되도록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광명(국민의힘, 남구4) 위원장을 비롯한 기획재경위 위원들은 이날 부산시에 청에서 원 변경 건과 관련해 시의회 보고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은 부산창업청으로 지난 2023년 5월 설립 방침이 결정된 후 현재 키스텝에 타당성 검토를 받고 있다. 오는 5월 타당성 검토가 마무리되면 지방자치단체 운영심의위원회에서 검토를 거쳐 행정안전부와 설립 협의를 하게 된다. 올해 6월께 조례 제정을 통해 올해 말 재단법인 등기가 예정돼 있으며, 올해 말~내년 초 임직원 채용 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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