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랑, '30 Years: Passages'전
5월2~6월8일까지 개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 마지막 국가관으로 조성된 한국관은 故 백남준(1932~2006) 덕분에 개관했다.
자르디니 공원 맨 구석진 곳에 위치한 한국관은 원래 독일관과 일본관 사이에 있는 화장실 자리였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 중 26번째로 '마지막 행운'을 잡았다. 당시 베니스 입장은 국가관은 25개로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는데,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백남준이 수상하면서 한국관 추진이 본격화됐다.
당시 백남준이 '한국관을 짓게 되면 유일하게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이 예술을 통해 평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말이 큰 역할을 했다. 건축가 김석철이 자르디니 공원안에 UFO가 앉은 듯 구불구불한 구조에 유리와 금속을 주재료로 지어졌다.
이로부터 30년, K아트는 베니스를 물들이고 있다. 지난 20일 개막한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은 물론 주제전, 병행전, 특별전이 곳곳에서 펼쳐져 세계 미술인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한국예술위원회가 몰타수도원에서 연 한국관 건립 3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은 역대 한국관 전시에 참여한 작가를 모두 모아 K아트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첫 회 작가인 곽훈부터 최근 작가인 이완 코디 최까지 36명(팀)이 참여 1995년 개관 당시 선보인 작품과 최근의 신작을 포함한 총 82점을 선보였다.
개막식에서는 1995년 한국관 첫 개관 전시를 빛낸 곽훈의 겹소리와 함께 대금 공연에 이어 故백남준을 오마주하는 퍼포먼스가 열렸다. 이날 정병국 위원장은 당시 한국관 건립에 얽힌 백남준과의 일화를 추억하며, 건배사 대신 박카스를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제스쳐로 경의를 표해 베니스를 찾은 전 세계 미술관계자들에 뜻깊게 각인됐다.
정병국의 '박카스 퍼포먼스'는 백남준과의 추억에서 비롯됐다. 당시 한국관 건립을 위해 김영삼 대통령을 만나고 나온 백남준을 청와대에서 만난 정병국은 "힘들어 죽겠다며 층계참에 서서 주머니에서 박카스를 꺼내 시원하게 들이켜는 모습이 마치 퍼포먼스 같았다"고 전한 일화다.
베니스에 이어 서울에서도 한국관 건립 30주년을 기념하는 한편 첫 전시를 개최하는 데 있어 기억해야 할 인물들을 소환한 전시가 마련됐다.
◆예화랑, 30 Years: Passage 백남준·곽훈·김인겸 전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은 한국관 건립에 공을 세운 백남준, 한국관 첫 회 작가였던 곽훈, 김인겸의 3인전을 개최한다. '30 Years: Passages'전을 오는 5월2일부터 6월8일까지 선보인다.
1층 전시장은 곽훈의 작품으로 꾸며진다. 1975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미국과 한국으로 오가며 일찍이 국제적인 감각을 익힌 곽훈은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첫 전시에서 야외 공간을 활용한 설치 퍼포먼스 '겁/소리, 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 Kalpa/Sound, What Marco Polo Left Behind>(1995)을 선보였다. 당시 옹기, 비구니, 대금 같은 서양인들에게는 생경한 요소들로 인해 한국관 첫 전시의 인상을 강하게 각인 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찻잔 Tea Bowl', '주문 Incantations', '겁 Kalpa', '기 Chi'시리즈들에 이은 근작 '할라잇 Halaayt'시리즈로 이어지는 각 작업의 페인팅 작업과 드로잉을 선보인다.
2층 전시장은 1996년 파리 퐁피두센터의 초대로 도불하여 2000년대 중반까지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면 활동한 김인겸의 작업으로 구성된다. 김인겸은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첫 전시에 'Project21-Natural Net'<project21-natural net="">를 출품했다. 이는 아크릴 구조물, 물을 넣은 수조, 비디오 모니터, CCTV 등 인공적 구조물과 자연물, 테크놀러지 기기가 만나 1층과 2층을 연결하며 한국관 원형 전시장의 공간적 특성을 반영한 장소-특정적 설치 작업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당시 촬영 영상 및 아카이브 자료, 2010년대 중반 스퀴즈를 이용한 특유의 페인팅 작업 '스페이스리스 Space-Less', 면을 통해 입체를 구현한 조각 '빈 공간 Emptiness', 특히 1996년 도불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스퀴즈를 이용한 작업 '드로잉 스컬프처 Dessin de Sculpture'를 선보인다.
3층 전시장에는 백남준의 텍스트 및 드로잉 아카이브와 사진, 판화 자료들을 대거 공개한다. 1960 년대부터 TV, 비디오, 위성 등을 당대 하이테크 기술과 기기를 작품의 매체로 이용하여 예술적 가능성을 타진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진 백남준은 한국 미술계가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도 평가된다.
1984년 첫 시연된 서울, 뉴욕, 파리, 도쿄를 연결하는 초국가적 위성 프로젝트 <굿 모닝 미스터 오웰 Good Morning Mr. Orwell>은 '일렉트로닉 슈퍼하이웨이'를 통해 예술을 통한 대통합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백남준이 한국과 글로벌 미술계를 연결시키고자 한 활약과 작가로서의 활동은 ‘통합’, ‘네트워크’라는 키워드를 공통으로 한다. 그가 남긴 텍스트, 드로잉 등 아날로그 매체에 남은 자료들을 통해 특유의 사유방식과 그 실천 방식으로서의 예술 활동과 K아트의 선전을 예고한 '예술 외교가'로서의 면모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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