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소득보장안 선택…2안 재정안정안과 13% 차이
재정 부담 줄이고 미래 세대 부담 낮추는 방안 필요
전문가 "정부, 책임 있는 개혁안 내놓고 설득했어야"
[세종=뉴시스]김동현 임하은 기자 =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국민 2명 중 1명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40%에서 50%로 늘리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공론화위에서 제안한 2안 모두 30년 뒤엔 기금이 고갈되는 전제를 안고 있어 연금개혁이 재정부담을 덜어내지 못하는 만큼 정부가 재정 안정을 바탕으로 소득을 보장하는 방안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56% 소득보장안 선택…2안인 재정안정안과 13% 차이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22일 시민대표단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연금 개혁안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공론화위는 13~14일, 20~21일 2주에 걸쳐 총 4차례의 숙의토론회를 가진 뒤 최종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종 설문조사에 참여한 492명의 시민대표단 중 56.0%는 1안인 소득보장안을 선택했다. 1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늘리는 방안이 담겼다.
보험료율을 10년 이내에 점진적으로 12%까지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는 2안(재정안정안)을 선택한 시민은 42.6%로 나타났다. 1안과 2안은 13.4% 포인트(p) 차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를 넘어섰다.
공론화위에 따르면 1안의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은 현행 2055년에서 2061년으로, 2안은 2062년으로 미룰 수 있다. 1안과 2안의 고갈 시점은 단 1년 차이에 불과한데다 연금재정도 문제다. 1안을 채택할 경우 2093년 기준 누적 적자가 702조 4000억원 늘어난다. 반면 2안은 적자가 1970조원 줄어든다.
◆재정부담 줄이고 미래세대 부담 낮추는 방안 필요
국민연금 개혁안 추진 방향과 관련해 '돈을 더 낼 수 있지만 더 받아야 한다'고 시민들의 의견이 모아졌지만 기금 소진을 막기 위한 방안이 충분하게 담기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1230조 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1% 증가했다. 여기에 국민연금 잠재부채를 더하면 3000조원이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금충당부채와 국민연금 잠재부채는 현재 시점에서 미리 계산한 금액으로 국가가 당장 갚아야할 빚은 아니지만 지급액이 부족해질 경우 정부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재무제표에는 부채로 잡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론화위가 제시한 1안과 2안이 현실화되면 2061년 또는 2062년부터 기금이 고갈되는 만큼 이후부턴 정부 재원이 투입될 수 밖에 없고 나라 살림살이를 가늠할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눈덩이 처럼 불어날 공산이 크다.
때문에 일각에선 연금 개혁에 있어 미래 재정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논의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 부담을 덜어내면서 20~30년 후 미래세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정부가 책임있는 개혁안 내놓았어야" 아쉬움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 안정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소득을 보장하는 방안을 먼저 내놨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 세대를 포함해 미래세대까지 책임질 수 있는 연금개혁안을 정부 주도로 만들고 시민을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현재세대를 대표하는 시민에게 의견을 물으며 공론화 과정을 거친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시민들에게 1안과 2안을 보여주고 고르라고 한다면 당연히 현재의 나에게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시민들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는 부분이지만 그만큼 국민들이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며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고 노후 소득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소득을 보장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연금 개혁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는 국민연금 재정과 출산율 상황 때문인데 20~30년 안에는 문제가 없을 지 모르지만 미래세대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재정을 바탕으로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세대간 형평성은 지금 태어나는 세대와 앞으로 태어날 세대까지 고민을 해서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가 좀 더 책임있는 개혁안을 내놓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나은 방향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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