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위조지폐 신고 전년比 21.1%↑
인지능력 떨어지는 고령상인 피해 취약
"언제 사기 당했는지 인지조차 안돼 답답"
22일 정오께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취재진이 5만원권 지폐 사이에 장난감 지폐를 섞어서 주자, 과일 가게 상인인 70대 김모씨는 지체 없이 받았다.
이후 가짜 돈이 섞여 있다고 말해주자, 김씨는 깜짝 놀라 지폐를 재차 확인했다. 그는 "이렇게 주면 돈 사이에 가짜 지폐 섞어서 주면 노인네들은 모르고 받을 수 있다"며 "바쁜데 노인들이 언제 꼼꼼하게 세고 있겠냐"고 말했다.
최근 5만원·1만원권 등 위조지폐를 만들어 상인들을 속이는 사기 사건이 큰 폭으로 늘어난 가운데, 특히 인지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의 노점 상인들은 위조지폐 사기 사건에 취약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현금을 받을 때는 빛에 비춰 보고 기울여 보고 만져 보는 식으로 위폐 식별 요령을 잘 이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2일 한국은행(한은)이 지난 1월 발표한 '2023년 중 위조지폐 발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한은이 화폐 취급 과정에서 발견했거나 금융기관·개인이 발견해 신고한 위조지폐는 총 184장으로 전년(152장)보다 21.1%(32장)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5000원권 116장, 1만원권 37장, 5만원권 18장, 1000원권 13장 순으로 발견됐고, 위조지폐 발견 금액 합계는 186만3000원이었다.
특히 발견자별로 보면 한은 57장, 금융기관 108장, 개인 19장으로 주로 금융기관의 화폐 취급 과정에서 발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일반 상인이 위조지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다가 금융기관까지 가져 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고령의 상인들은 아무래도 인지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위폐가 실제 정상 지폐 사이에 끼워져 있거나 하면 발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고령의 상인이 많은 동대문구 경동시장 상인 2명 중 1명은 취재진이 장난감 지폐를 섞어놓은 다발의 지폐를 주자 이를 주의 깊게 살피지 않은 채 돈주머니에 넣었다.
경동시장에서 30년간 장사를 했다는 야채 가게 주인 80대 이모씨는 취재진이 장난감 지폐를 줬다고 이야기를 하자 그제야 "아이고 큰일날 뻔했네. 말해주지 않았으면 그냥 당할 뻔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000원짜리 같이 화폐 단위가 작은 돈은 더 자세히 안 보는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물건 파는 데 정신이 쏠리니까 지폐를 일일이 확인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젓갈 판매 상인 A씨는 실제 지난달 위조지폐 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했다. A씨는 "얼마 전에 돈을 입금하려고 은행에 갔는데 거기서 5만원권 위조지폐가 섞여 있다고 말해줬다"며 "누가 언제 우리에게 위조지폐를 써서 사기를 쳤는지 인지조차 안 돼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80대이신 어머니와 장사를 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그게 위조지폐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저도 손님들 몰리면 지폐를 일일이 확인하지 못해, 결국 당할 확률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조지폐 사기범들은 대부분 지폐를 양면 컬러로 복사 후 실제 지폐 크기로 잘라 위조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는 식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5만원권 지폐를 A4용지에 양면 복사한 뒤 칼로 자르는 방법으로 약 90장을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결국 수원고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박선준)는 이들에게 각 징역 1년과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지난해 12월27일께 충북 청주의 한 재래시장에서 된장 2000원어치를 산 후 가짜 5만원권 지폐를 건네 4만8000원을 편취한 혐의로 송치된 30대 남성도 자신의 주거지에서 인터넷을 통해 가짜 5만원권 지폐를 구매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처럼 위조지폐를 만들어 행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지하는 것부터 범죄 행위"라며 "특히 이런 위조지폐 사기 범행은 통화 및 유가증권에 대한 공공의 신용과 화폐의 유통에 대한 거래 안전을 해치는 것이기에 큰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행법상 통용하는 대한민국의 화폐, 지폐 또는 은행권을 행사할 목적으로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아울러 위조·변조된 화폐인 줄 알면서도 사용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한은 관계자는 "현금을 받을 때는 빛에 비춰 보고 기울여 보고 만져 보는 방식의 위폐 식별 요령을 잘 이행하셔서 화폐 위조 범죄에 피해가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또 인쇄가 조잡하거나 홀로그램 식별이 안 되는 등 위조지폐로 의심될 경우에는 즉시 경찰이나 은행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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