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립대 총장 건의 따라 정원 일부 조정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 고수…복귀도 불투명
환자단체 "의료 난민 전락" WHO 개입 요청
"국민 포함 협의체, 상황 타개할 수 있을 것"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월19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신고서는 지난 18일 기준 총 681건이다.
수술 지연이 435건으로 가장 많고 진료 차질 130건, 진료 거절 84건, 입원 지연 32건이 있었다. 이 밖에 의료 이용 불편 상담이 1469건, 법률 상담 지원이 271건이다. 피해신고와 의료 이용 불편, 법률 지원 등 두 달 사이 정부가 의료 이용과 관련해 제공한 상담 건수가 2421건에 달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 2월26일부터 4월3일까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입은 환자 불편·피해 사례를 조사한 결과 38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암 수술, 백혈병 치료 등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중증 환자들의 피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한 항암환자는 "지금은 우리같은 환자들은 그냥 나가 죽으라는 것 밖에 더 되나"라고 말했다.
환자들의 피해가 극심하지만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이 진료 시간을 줄이기로 했고 이들의 제출한 사직서도 오는 25일부터 효력이 시작된다. '빅5 병원' 중 한 곳인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첫 방문환자의 진료를 지금보다 줄이기로 했다.
국립대 총장들이 건의해 의대 증원 규모가 일부 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전공의 등 의료계 복귀는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는 추계에 의해 2000명 증원을 결정한 만큼 원점 재검토나 1년 유예 등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의료 공백 상태가 장기화 되는 상황에서 여당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참패했지만 정부는 의료 개혁을 멈출 수 없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의료계 역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정책 패키지 원점 재검토, 1년 유예 등 극단적인 요구 사항을 고수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대 교수, 전공의 합동 브리핑이 연기되는 등 공통된 의견도 모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커 보이지 않는데 환자와의 대화조차 실종된 모습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1명과 개별적으로 만남을 가졌던 윤석열 대통령은 개별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났지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환자단체와 만나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간담회는 없었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정부가 가장 실수한 게 이런 부분"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역시 마찬가지다.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협이나 전공의 단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도 환자단체를 만나 의견을 듣거나 위로를 전하는 모습은 없었다.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자 환자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는 실정이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최근 환자들이 의료 난민으로 전락했고 생명과 건강을 위협 받고 있다며 WHO(세계보건기구)에 개입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오는 22일 오전 국회 앞에서 의사 진료 거부 사태로 인한 피해와 고충을 고발하는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중재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 보건의료위원장은 "환자들이 돈을 내야 의사들도 진료비를 받고 건강보험료도 국민이 내는 돈인데 이해관계자들의 얘기만 들어가고 국민 목소리가 들어가지 않는다"며 "정부와 의료계, 국민이 함께 논의하는 협의체가 생기고 결론이 도출된다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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