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웨어러블 시장…스마트링·글래스가 활로 뚫을까

기사등록 2024/04/18 08:20:04 최종수정 2024/04/18 08:24:52

작년 韓 웨어러블 시장 전체 출하량 25.5% 감소한 877만대

스마트워치 수요 감소 이어져…'갤럭시 링' 등 신제품 기대

갤럭시 워치가 사용자에게 수면무호흡 증상 여부를 알려주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지난해 우리나라의 웨어러블 기기 시장 규모가 4분의3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스마트워치 등 기존 웨어러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다. 올 하반기부터 스마트링, 스마트 글래스 등 새로운 폼팩터의 등장이 예고되면서 업계가 다시 반등에 나설 수 있을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IDC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웨어러블 시장의 전체 출하량은 전년 대비 25.5% 감소한 약 877만대로 집계됐다.

당초 웨어러블 기기는 팬데믹 기간 동안 헬스케어, 미디어 콘텐츠 등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바 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에도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고 제조사의 재고 관리, 미진한 신규 수요 등의 문제로 최근 2년 연속 전체 출하량이 줄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의 대표 주자는 에어팟·갤럭시버즈와 같은 무선이어폰과 애플워치·갤럭시워치 같은 스마트워치다. 이들 제품의 경우 약정 기간에 따라 2년 내외에 교체하곤 하는 스마트폰보다도 사용 주기가 길다.

이미 새로운 폼팩터로 등장한 지도 수년이 지난 것도 수요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선이어폰이나 스마트워치 구매 희망자들은 이미 대부분 기기를 보유하고 있고, 분실·고장이 아닌 한 교체하지 않는 성향과 맞물려 신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첫 스마트워치는 출시된 지 거의 10여년이 지났고, 무선이어폰 또한 등장한 지 최소 5년이 넘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무선이어폰 시장은 지난해 약 559만대를 출하하며 국내 웨어러블 시장에서 점유율 63.7%를 기록했다. 특히 TWS(Truly Wireless Stereo·완전 무선 이어폰)가 꾸준하게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연예인 및 인플루언서의 영향으로 에어팟 맥스처럼 귀를 덮는 오버이어 제품의 관심도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버즈FE 등 주요 저가 모델 출시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 니즈 충족을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사진=한국 IDC) *재판매 및 DB 금지
스마트워치 시장은 다소 침체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워치는 지난해 국내에서 약 287만대가 출하되며 전체 웨어러블 시장 점유율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32.7%를 기록했다.

스마트워치는 사용자의 스마트폰 브랜드와 하나의 디바이스 생태계를 이루며 삼성전자, 애플 등 주요 업체의 제품이 잘 팔렸다. 하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소비심리 약화 및 디바이스 구매 우선순위 변동, 긴 교체주기 등으로 수요가 크게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이에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함께 프로모션 진행, 탄력적인 재고 관리 등으로 변동성이 큰 시장 수요에 대응하며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반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스마트워치와 비슷한 손목밴드(스마트밴드) 시장의 출하량은 약 31만대로 집계됐다. 키즈용·입문용과 함께 헬스 트래킹 단일 목적으로 가벼운 제품을 찾는 수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밴드는 스마트워치 대비 기능 면에서 한계가 있는 대신 더 가볍고, 가격대 또한 절반 이하 수준이다. 특히 헬스케어 기능은 스마트워치와 큰 차이가 없어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신작 '갤럭시 핏3'의 경우 지난 3일 국내 출시된 이후 완판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바르셀로나=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가 개막한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 삼성전자 부스에 갤럭시 링이 공개되고 있다. 2024.02.26. photo@newsis.com
기존 웨어러블 기기 수요가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업계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폼팩터들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반기 출시가 예정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링' 같은 스마트링 제품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연내 갤럭시 링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하반기 스마트폰 신제품이 공개되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폴더블폰 신작과 함께 공개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링의 구체적인 기능이나 스펙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으나 헬스케어·웰니스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헬스케어 기능이 핵심인 만큼 갤럭시링은 세밀한 건강 데이터 측정이 가능하도록 안쪽 면이 손가락을 감싸는 반지 형태로 제작됐다. 이를 통해 갤럭시링은 내 건강 상태를 24시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곧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수면 추적, 심장 건강 관리 등 기존 갤럭시워치에 담겨있던 헬스케어 기능들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 매시간 착용하게 되는 만큼 배터리 수명도 5~9일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링보다는 다소 익숙한 기기인 '스마트 글래스', '스마트 헤드셋' 등도 추후 국내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활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지난 2월 미국에서만 우선 출시된 애플 비전 프로가 올 연말에서 내년께 국내에 출시될 수 있고, 삼성전자도 구글·퀄컴과 손잡고 새로운 XR기기 폼팩터를 준비하고 있다. 메타 또한 올해 스마트 글래스(AR 글래스) 신작 출시를 암시하고 있다. 이미 출시된 '레이밴 스토리' 스마트 글래스 기능을 지속 개선하는 한편, 올해 더 고도화된 기능이 담긴 신제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강지해 한국IDC 연구원은 "전반적인 웨어러블 시장은 경기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대부분의 신규 수요를 충족해 최근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새로운 웨어러블 폼팩터인 링과 스마트 글래스 등의 신제품 출시로 최근 침체되어 있는 시장의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웨어러블 시장 내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해 시장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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