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운동장서 시작"…임윤찬·조성진도 오는 '계촌 클래식'

기사등록 2024/04/17 14:27:47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처음에는 마을 주민들이 '여기서 클래식 축제는 안 될 것'이라고 했어요. 하루는 클래식, 하루는 트롯트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촌을 클래식으로 발돋움하는 예쁜 예술마을로 만들기 위해 주민·학교와 힘을 모았죠."(이동연 계촌 클래식 축제 예술감독)

매년 강원 평창의 작은 마을을 클래식으로 물들이는 '계촌 클래식 축제'가 10주년을 맞았다. 2022년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연주로 화제가 됐던 이 축제에는 올해 피아니스트 조성진·백건우·이진상과 지휘자 김선욱·정치용, 성악가 사무엘윤 등 세계적 음악가들이 참여한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은 17일 서울 명동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10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 평창군과 마을 주민들의 협력 속에서 예술마을로 재탄생한 작은 시골마을 '계촌'이야기를 풀어놨다.

계촌초등학교는 2009년 폐교 위기를 막기 위해 전교생이 참여하는 계촌별빛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2012년에는 계촌중학교에도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다. 예술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할 마을을 찾던 현대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2015년 이곳에서 연 26회의 오케스트라 교육을 지원했다. 평창군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서 첫 축제도 개최했다.

작은 산골마을이던 계촌은 이제 마을 가로등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피아노 건반이 그려진 벽화가 관객을 맞는 특별한 예술마을이다. 마을의 특산품 상자에는 '클래식음악을 듣고 자란 농작물'이라는 문구가 붙고, 새롭게 단장한 클래식 공원과 조형물, 관광객을 맞는 카페들과 상점으로 활기가 가득하다.

◆"누구나 임윤찬·조성진 연주 들을 수 있는 축제"

최재호 정몽구재단 사무총장은 "2020년부터 재단의 온드림문화예술인재로 지원을 받아온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곧바로 계촌에서 연주를 하며 축제가 많이 알려졌다"며 "누구나 임윤찬·조성진을 볼 수 있는 축제, 우리나라 클래식의 저변이 확대되고 연주자도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행사가 되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동연 예술감독(한예종 교수)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별을 보며 10년 전 첫 축제를 열었고, 참가자들이 계촌만의 낭만적 축제에 차별성을 느꼈다"며 "지금은 클래식공원과 조형물들이 조성됐고, 재작년부터는 야외공연장으로 쓸 수 있는 대형 잔디밭을 만들어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연 예술감독은 "계촌 클래식 축제는 작은 마을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모든 시민을 위한 축제"라며 "10주년을 계기로 계촌을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마을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이 예술감독은 계촌초등학교 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장기 계획으로 은퇴한 음악가들이 계촌에서 클래식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아티스트 레지던스' 등을 운영하는 한편 해외 클래식 축제와의 교류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0회 이어가며 규모 커지고, 마을 예뻐져"

주국창 계촌클래식축제위원회 초대 위원장은 "계촌은 인구 2000명이 채 안 되는 마을이고, 마을 주민들도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클래식 축제'가 되겠느냐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정몽구재단과 한예종을 믿고 강하게 추진했고, 처음에 반대하던 사람들도 이제 '와~ 이게 되네'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계촌별빛오케스트라 출신인 홍종석씨는 "첫 축제를 시작할 때 제가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10회째까지 오며 축제의 스케일이 커지고, 마을도 예뻐졌다"며 "저는 바이올린으로 시작해 콘트라베이스를 했고, 계촌초와 계촌중을 거쳐 강원예고에 갔고, 한예종이 겨울방학 때마다 하던 캠프에서 입시 준비를 해 지금은 상명대 기악과에 재학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별빛오케스트라에 참여하고 있는 정찬율 학생은 "계촌은 왕따도, 사교육도, 배달의민족도 없는 곳"이라며 "무대에 오르는 기분이 특별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도시 전학을 제안했지만 저는 계촌중에 진학하고 싶다"며"볓빛보다 더 빛나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했다.
'계촌 클래식 축제'. (사진=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백건우·이진상·조성진의 별빛 콘서트…사무엘윤도 무대

올해 축제는 오는 5월31일부터 6월2일까지 사흘간 계촌마을에서 열린다.

'계촌 클래식 축제'를 상징하는 '한밤의 별빛 콘서트'에는 K-클래식의 계보를 잇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이진상·조성진이 참여한다. 백건우는 축제 첫날을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아름답게 수놓는다. 둘째 날에는 이진상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정치용 지휘의 크누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다.

조성진은 지난해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지휘자로의 행보를 본격화한 김선욱과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백건우와 김선욱의 계촌 클래식 축제 참여는 이번이 두번째다.

학생들로 구성된 계촌별빛오케스트라는 올해 10주년을 맞아 졸업생들까지 참여하는 연합 오케스트라로 무대에 오른다.
'계촌 클래식 축제' 10주년 포스터. (사진=현대차 정몽구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바람에 움직이는 직물을 사용해 '계촌 물결'을 콘셉트로 꾸며온 계촌 클래식 공원에서는 초여름 따뜻한 햇살과 함께 하는 낮 공연 '파크 콘서트', 반딧불이가 반짝이는 밤 공연 '미드나잇 콘서트'가 열린다.

오는 6월1일 파크 콘서트에서는 독일 궁정 가수 칭호를 받은 세계적 베이스바리톤 사무엘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에서 활동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박소영의 풍성한 하모니가 퍼져나간다. 이날 밤에는 김현준 재즈평론가와 재즈 뮤지션들이 미드나잇 콘서트를 펼친다.

6월2일 파크 콘서트에서는 정몽구재단 문화예술 인재 양성 프로그램 '온드림 앙상블'의 무대가 펼쳐진다. 지도교수인 플루티스트 이예린, 첼리스트 주연선과 함께  재단 장학생들이 나날이 발전하는 차세대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재단과 한예종, 평창군, 마을 주민들이 함께 준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도 관객을 기다린다. 공연 프리 렉처, 예술 체험 프로그램, 계촌 선셋 러닝, 작은 거리 공연들이 이어진다. 이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즐길거리, 먹거리, 볼거리도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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