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정점 위태…기재부 "4월 2%대 물가 말한 적 없다"
대외 불확실성, 시차 두고 국내에…물가에 부정적 영향
"정부 물가 목표 달성·금리 인하 시기 점차 늦어질 것"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 리스크가 커지자 국제유가가 꿈틀거리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역대 4번째로 1400원을 돌파하는 등 복합위기가 현실화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3월 물가(3.1%)가 연내 정점을 찍고 둔화할 일만 남았다고 했으나, 통제가 어려운 위험요인이 확대하고 있어 2%대 물가 진입은 요원해 보인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1400원을 넘어섰다. 1400원 돌파는 2022년 11월7일 이후 처음이자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발 고금리 충격 이후 역대 4번째다.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환율 수정 전망 리포트에서 "중동 갈등의 전개 상황에 따라 확전으로까지 연결될 경우 2차 상단으로 1440원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에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전날 긴급공지를 통해 "환율 움직임, 외환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세로 이어져 결국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한은이 전날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4% 상승해 석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가장 큰 상승 요인은 국제유가였는데, 최근에도 유가와 환율이 동반 급등하고 있어 이달 수입물가에도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늦춰진 것도 변수다.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급등하면서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가 지속되면 당분간 한은의 금리 인하도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만큼 큰 리스크가 생기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의 긴장감이 높아졌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지만 미국 대선을 앞두고 양국이 추가 확전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같이 급등할 위험이 다소 감소했다는 견해다.
하지만 대외적 불확실성이 시차를 두고 국내 경제에 반영되는 만큼 우리나라의 물가 향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3.1%를 기록한 지난달 물가가 연중 고점이라고 관측했는데, 대내외 변수가 가중되면서 이 전망이 지켜질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달 초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추가적 특이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상여건이 개선되고 정부의 긴급가격안정자금 투입 등으로 농산물 물가가 안정세를 찾았지만 예상치 못한 중동 사태와 환율 공포로 이달 물가도 2%대 안착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총선 이후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도 물가 상승의 불안요소다. 정부는 상반기 중 공공요금 인상 동결 기조를 언급했으나, 정부와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 전기·가스요금 인상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물가당국인 기재부는 3월 물가 정점론을 내놨던 때와 다른 양상이 진행되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달 물가의 2%대 진입은 어려울 수 있다는 거다.
기재부 관계자는 "4월 2%대 물가는 말한 적이 없다"며 "상반기 물가가 3% 내외가 예상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2%대 조기진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3월 물가 정점론은)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없다는 전제하에 3월 물가가 고점일 가능성이 크다는 뉘앙스였다"며 "지금은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인 이란-이스라엘 사태가 발생하면서 게임이 달라졌다. 정부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중동 사태와 고환율 사태가 향후 물가를 자극하고, 경기 상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정부가 원하는 물가 목표 도달에 반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의한 환율 상승 및 에너지가격 상승은 물가에 부정적"이라며 "2~3개월 정도 시차를 거치면서 물가 지수에 많이 반영될 거로 전망되기 때문에 정부가 목표로 하는 물가 지표 달성에 점차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금리 인하 시점도 늦어져 물가를 빠르게 낮추려는 정부의 노력에 반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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