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주기…교육부 장관은 기억식 2년째 불참

기사등록 2024/04/16 18:24:38 최종수정 2024/04/16 20:04:52

오늘 차관 대참…세종에서 국민안전의 날 행사 참석

2년째 불참, 이주호 유일…올해는 134자 추도사 발표

"안전한 학교 만드는 데 최선" 강조했지만 뒷말 여전

안전주간 공문도 '세월호' 표현 제외 논란…올해 반복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16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안전의 날 기념식에서 안전실천 선서를 하고 있다. 2024.04.16.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4·16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불참했다.

추도사도 내지 않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짤막한 추도사를 냈지만 참사 10주기인 올해조차도 참석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한 행보라는 뒷말이 나온다.

16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엔 이 부총리 대신 오석환 차관이 참석했다.

유가족을 비롯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등 교육계 인사들도 모습을 비췄지만 이 부총리는 불참한 것이다.

이날 이 부총리는 기억식이 열린 같은 시각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민 안전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 역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마련된 자리다.

이런 행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교육부는 "국민안전 행사와 세월호 10주기 (기억식) 모두 중요한 행사"라며 "장관과 차관이 역할을 분담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이 부총리의 행보를 두고 교육계 일각에선 의도적인 외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참사로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 등 304명이 숨졌다.

참사로 학생과 교사가 다수 목숨을 잃었던 만큼 교육 현장에 미친 영향도 상당했고 그간 교육부 장관들도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참석해 의미를 부여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황우여, 이준식 부총리가 각각 1주기 분향소와 2주기 기억식을 챙겼으며 문재인 정부에선 김상곤, 유은혜 부총리가 매년 기억식에 참여했다.
[서울=뉴시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 두번째)이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있다.(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2024.04.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주호 부총리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첫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차관을 보냈고 이는 6년 만의 일이었다.

박근혜 정부 말기였던 2017년 4월 이준식 부총리가 3주기 기억식에 불참하고 이영 차관을 보냈지만, 앞서 그해 4월11일 전 직원들을 모아놓고 추모식을 가졌다.

이준식 부총리와 달리 이주호 부총리는 지난해 장관 명의로 된 추도사도 발표하지 않아 논란을 샀다.

참사 10주기인 이날 오전 이 부총리는 교육부 홈페이지를 통해 134자, 세 문장으로 된 추도사를 발표했다.

이 부총리는 추도사에서 "아픔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그러나 추도사 내용이 무색하게 교육계에선 정권이 바뀐 후로 교육부가 세월호 참사와 이를 계기로 했던 안전 교육 문화 조성에 무관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추모·안전 주간 공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8년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이 처음 열린 이후 매년 4월16일을 전후해 추모 기간을 지정해 왔다.

이러한 내용을 알리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내면서 안전주간 교육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재난·안전 관련 문예활동을 하도록 안내하면서 계기 교육을 독려했다.
[안산=뉴시스] 김종택 기자 =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이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량유원지에서 열린 가운데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이 기억합창을 하고 있다. 2024.04.16
이 부총리가 기억식에 불참한 지난해 해당 공문에선 '4·16 추모' 주간 지정·운영, '4·16 세월호 참사 계기' 등의 표현이 빠졌다.

세월호 표현이 아예 빠진 것은 아니지만 '참사일을 전후해 추모 분위기를 저해하는 부적절한 언행이 일어나지 않게 하라'는 당부의 문구에 들어간 게 전부였다.

이날 뉴시스가 입수한 올해 '교육부 안전주간(15~21일) 운영 안내' 공문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었다.

세월호 표현을 쓰지 않은 채 '각 시도교육청에선 실정에 맞는 안전 관련 행사를 추진해 달라', '관할 학교에도 안내해 안전실천 문화 확산에 노력해 달라'고 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정권이 바뀐 것 만으로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온도와 태도가 이처럼 180도 뒤집힐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장관의 움직임은 시민들에게 주는 하나의 메시지인데 일종의 선을 긋고 들어간다는 느낌"이라며 "함께 기억을 되살리고, 재발 방지 의지를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길 기대하는 국민들에겐 외면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 9~15일 교사 96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76.4%가 교육 당국과 학교가 4·16 계기 수업을 지원하고 보장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전교조는 "교육 당국이 세월호 참사 관련 교육정책 개선과 교육활동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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