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소진되면 보험료 최대 35%…지속 가능성 중요"
"현재·미래 노인 가난…소득대체율 50% 감당 가능해"
시민들 "어깨 무겁다" "연금 개혁 견해 갖게 돼 좋아"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놓고 열린 첫 숙의토론회에서 재정 안정론과 소득 보장 강화론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13일 오전 연금개혁을 위한 500인 시민대표단 첫 숙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선 연금개혁 필요성과 쟁점 등 총론에 관한 발표와 토의 등이 이뤄졌다.
주요 쟁점 사안 중 하나인 모수개혁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현행 '내는 돈' 보험료율은 9%, '받는 돈' 소득대체율은 40%인데, 현 제도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오는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된다.
시민대표단은 보험료율을 13%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늘리는 '1안'과 보험료율을 10년 이내에 점진적으로 12%까지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는 '2안'을 두고 토론하게 된다.
먼저 재정 안정을 강조하는 김도형 명지대 경제학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이 2055년에 소진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데,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라며 "기금이 소진되고 나면 연금은 완전 부과식으로 전환하는데 이렇게 되면 모든 연금 지출을 보험료 수입만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최대 3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과연 근로자가 부담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이어 "기성 세대는 보험료율 9%로 소득대체율 40%를 보장 받는데, 자녀 세대는 동일한 소득대체율 40%를 위해 보험료율을 30% 이상 부담해야 하는 게 형평성에 맞나"라고 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노후소득 보장에 중요한 건 분명하지만 반드시 급여 확보 수준이 지급률 인상일 필요는 없다"며 "가입 연령 상한을 59세에서 64세로 연장하면 소득대체율이 5%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또 퇴직연금, 개인연금도 있다"고 말했다.
또 "소득대체율을 10% 인상하면 기금 소진 후 필요 보험료율 차이가 8%까지 나고, 누적 적자 규모가 (40% 유지안과 비교했을 때) 2700조 가까이 차이가 생긴다"며 "연금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 노후 불안을 없애야 한다. 현재로서는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한 무게가 잇는 숙제"라고 했다.
반면 소득 보장 강화를 주장하는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이라면 누구나 빈곤에서 벗어나야 하고, 중산층이 노인이 되면 적절한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멕시코의 노인빈곤율은 20%, 튀르키예는 14%에 그친다.
윤 교수는 "국가 성장률이 연평균 2.5%만 꾸준히 돼도 한 세대가 지나면 국내 총생산(GDP)이 2배가 된다. 그리고 꼭 임금에만 연금 보험료를 부과할 필요가 없고 자산이나 비임금 소득에도 부과할 수 있다"며 "소득대체율 50%는 선진국 대한민국이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활용 방안에 대해선 "개인연금 가입자 44%가 10년 이내 해지하고 저소득층은 4%만 가입해있다. 현재 노인 중 개인연금 수급자는 0.1% 수준이고 퇴직금은 목돈이 필요할 때 해지하게 된다"며 "적절한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은 국민연금이고 소득대체율을 높여 국민연금 중심으로 노후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갈 교수는 "만약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지 않고 현재도, 미래도 노인이 가난하다면 미래의 세대는 사적으로 져야 하는 책임이 더 강화될 것"이라며 "후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은 사회적 제도를 우리가 지금 만들고 그 제도가 국가에서 잘 운영하는지 감시하고 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이인실(42) 서울 시민대표단은 "공론화 토론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개혁하는 게 올바른지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향후 교과 과정에 포함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청소년 시기부터 국민연금에 대해 개인 견해를 가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향자(63) 광주 시민대표단은 "수급자인 내 입장에서는 노후가 안정화되고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젊은 사람들은 못 받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다"며 "나도 자녀가 있고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이번 토론회에서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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