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개발센터·법인 설립해 인력 수급…"고비용·저효율 구조 개선"
전 산업군서 SW인재 부족…반도체·디스플레이보다 높은 부족률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영화 '인턴'에서 벤 휘태커(로버트 드니로)는 70세의 나이로 정보기술(IT) 스타트업에 재취업한다.
전화번호책을 만들던 회사에서 40년 근속 후 정년퇴임한 그는 '창업 1년반 만의 성공신화'란 타이틀을 가진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실시간으로 수백개의 상품이 진열되고, 전세계에서 문의전화가 걸려오며 최고경영자(CEO)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사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성장을 위해 질주하던 이 회사에 벤이 온 뒤로 묘한 온기가 돈다. 벤은 무질서하게 쌓아놓은 서류더미들을 정리하는 등 회사 안팎을 정돈하고, 동료들에겐 삶을 살아오면서 체득한 지혜를 공유해 준다.
영화에선 '세대 간 소통, 함께 성장'을 이야기 하기 위해 시니어 채용이란 요소를 활용했지만, 실제 소프트웨어(SW)산업 현장에서 시니어 채용은 현재의 인력난을 대변한다. 사회적으로 '중장년층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사실은 일선 산업 현장에서 일할 개발자가 그만큼 많지 않다는 얘기다.
◆중장년층 경력사원 정규직 채용…50세 이상, 두 자릿수 선발
최근 가비아는 만 50세 이상 경력사원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가비아는 최초의 사업 영역이었던 도메인, 웹호스팅, 홈페이지 서비스에서 나아가 클라우드, 그룹웨어, 보안, 도메인, 호스팅에 이르는 통합적인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IT기업이다.
정규직 시니어 채용사례는 극히 드물다. 인턴이나 계약직 형태로 중장년층을 고용해 왔던 기존 채용 시장의 관행과는 다른 행보다.
가비아 관계자는 "조직 외부로는 중장년층의 경제적 자립과 활력을 지원하고, 내부로는 전문 인력 채용으로 보안 관제 서비스를 안정화하고자 이번 채용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가비아의 시니어 인력 채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예전처럼 고위급으로 한두명 뽑는 것이 아닌, 보안·시스템 관제 직무로 두자릿수에 달하는 규모의 채용은 최초다.
지원 자격은 ▲만 50세 이상 ▲IT 유관 경력 10년 이상 보유자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 등이다. 유관 경험이 있는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가비아 관계자는 "최종 합격자에게 직무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 시니어 사원이 현업에 배치돼 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최근 5년 간 SW업계 인력 부족 1위…반도체·바이오보다 높아
'만 50세 이상 구직자 대상 경력사원 채용 공고 이면에는 SW업계의 인력난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말 공개한 '2023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SW 산업의 기술인력 수는 15만122명이고, 부족인원은 6374명으로 집계됐다.
SW 인력 부족률은 4.1%. 이는 12대 주력산업 평균 인력 부족률인 2.6%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부족률인 1.6%, 0.7%보다도 높다.
지난 5년 간 SW 인력 숫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2018년 14만명 규모에서 15만명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인력 부족률은 같은 기간 동안 12대 주력 산업 중 가장 높았고, 또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꾸준히 SW인재 양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배출한 개발자들이 고급개발자들이 되기까지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산업계는 당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원한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들은 시니어 채용과 또다른 형태로 해외개발센터 혹은 법인 설립을 통한 해외인력 수급을 대안으로 세웠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로우코드 플랫폼 전문기업 퀸텟시스템즈은 최근 베트남 호치민에 독립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서 인력을 수급하기로 했다.
이 회사가 미래사업으로 낙점한 서비스형테스트(TaaS)시장의 가파른 성장율과 수요에 대응하기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Taas는 로우코드로 개발한 고객관계관리(CRM), 보험 전용 소프트웨어, 경영정보 시스템 등의 품질관리·테스트를 하는 소프트웨어다.
회사에 따르면 글로벌 TaaS 시장은 연평균성장률(CAGR) 14% 규모로 2030년까지 552억달러(약 7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는 북미 업체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2027년 이후로는 16.6%의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는 아시아 태평양(APAC)이 중점 지역으로 부상할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퀸텟시스템즈 관계자는 "베트남의 인재를 확보해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고, 탄력적인 가격 정책과 전문 서비스 체계를 수립해 베트남 법인을 글로벌 시장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또 해외 법인의 성공사례를 발굴해 한국 시장으로 성공적인 역수출을 진행하는 한편, 글로벌 분야에서 TaaS 전문 서비스로 인정받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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