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험금 노린 고의" 경찰 수사결과 엎고 기소…무기징역 확정
네 차례 청구만에 재심 개시…첫 재판 보름 앞두고 백혈병으로 숨져
박준영 변호사, 검찰 형식적 불복 비판 "억울한 누명 만은 벗겨야"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보험금을 노린 차량 추락 사고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60대가 20여년 만의 재심 첫 재판을 앞두고 숨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재심 결정이 난 살인 혐의를 받고 복역 중이던 무기수 장모(66)씨가 지난 2일 급성백혈병으로 숨졌다.
장씨는 2003년 전남 진도군 의신면 한 교차로에서 화물차를 당시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로 고의 추락하도록 해 조수석에 탄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시 경찰은 장씨의 계획 살인 증거를 찾지 못해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장씨가 가입한 다수의 보험상품 등을 근거로, 보험금 수령 목적으로 고의 사고로 아내를 숨지게 했다고 판단,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 발생 2년 뒤인 대법원에서 장씨는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했다. 2009년과 2010년, 2013년 재심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지난 2017년 충남 지역 현직 경찰관이 재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장씨 측은 2021년 법원에 네 번째 재심을 청구했고, 이듬해 9월 법원이 수사 위법성을 인정하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후에도 1년 넘게 검찰의 항고와 재항고가 이어졌고, 올해 1월 대법원에서 검찰의 재항고가 기각되면서 재심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 재심 첫 재판이 예정돼 있었지만, 장씨는 군산교도소에서 해남교도소 이감 직후 백혈병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 도중 숨졌다. 특히 사망 당일은 형 집행정지일이기도 했다.
장씨의 법률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간절히 원했던 재심이다. 네 차례 청구 끝에 재심 확정까지 20년. 장씨는 '진실은 언제고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으로 긴 시간을 버틴 것"이라며 "이 사건은 '새로운 과학적 증거'가 재심사유로 인정됐다. 의미 있는 선례로서 앞으로 제기될 여러 억울함을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검사의 형식적 (재심 결정) 불복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관료주의적 관습과 관행보다는 '억울한 사람의 시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장씨가 가입한 다수 보험도 소액 보험, 만기 환급 저축성 보험, 함께 차 타고 장사한 부부의 생업, 보험 가입 경위 등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확정된 재심은 피고인 사망 후에도 계속된다. 가족을 금전 목적으로 죽였다는 억울한 누명은 반드시 벗겨드려야 한다"고 밝혔다.
고(故) 장씨에 대한 재심 첫 재판은 오는 17일 오전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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